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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가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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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03회 작성일 20-01-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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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믈라인드 건설엔지니어

따리리리 띠리리리!

 

날카로운 알람을 끄고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시다.

하지가 얼마 안남아서일까 어둠은 슬슬 꼬리를 감추고 동이 터오고 있다.

 

어제 밤새 뒤치닥거리느라 잠을 제대로 잔 것 같지도 않다. 화장실로 가서 샤워하고 나오니 엄마가 밥을 차라고 계신다.

 

"나 아침 안먹어도 돼. 앞으로 회사서 삼시새끼 다 먹을꺼야."

 

"그래도 국 한숫갈 뜨고 가 어서 앉어."

 

엄마의 손길이 듬뿍 담긴 국이 오늘따라 영 맛이 없다. 출근때문에 그런건지 맘이 복잡해서 그런건지..

 

어제 과장이 편한 옷을 입고 오랬지만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몰라 다시 양복을 입었다.

 

구두를 신으려고 보니 광이 반짝거린다.

엄마는 참...

 

버스에 몸을 싣고 현장을 향해 달려간다. 새벽녘이라고 하긴 그렇고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띈다.

 

삼거리 정거장에서 내려 갈아탈 버스를 기다린다. 학교다닐 때까지는 매일 지하철만 타다가 버스를 기다리니 영 시간이 안가는 것 같다.

이 길이 차로 다니면 이십분에서 삼십분이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버스를 타니 한시간 남짓 걸리는 것 같다.

 

현장에 도착해서 사무실로 올라간다. 어제와 달리 제법 요령이 붙어서 덤프 바퀴자욱을 따라 걷는다.

 

"안녕하십니까."

 

오잉? 여섯시 십오분쯤인데 제법 사람들이 와 있다. 제일 먼저 와서 책상 정리도 좀 하고 그러려 했더만.

 

자리로 가 보니 안전화와 안전모가 책상위에 놓여져 있었고 잠시 후 안전팀 사원이 안전벨트를 가지고 왔다.

 

"일단 이거 쓰세요. 새거가 없네요."

 

"감사합니다."

 

발등이 높고 발볼이 넓은 전형적인 지랄맞은 발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운동화 치수의 안전화가 들어갈리 만무하다.

 

"저.. 이거 안전화 한 치수 큰게 있을까요? 안맞네요."

 

"새거는 없고.. 잠시만요."

 

어딜 다녀오더니 한치수 큰 안전화를 들고왔다. 보기엔 새거같은데 누가 한번 신던거랜다.

 

겨우 맞춰 꾸겨신고 일어서서 발 맞추고 있는데 과장이 출근하다가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십니까!"

 

"... 내가 어제 좀 편한 옷으로 입고 오라 안카던?"

 

"아.. 어떤게 편한 옷인지 몰라서 일단 다시 이렇게 입고 왔습니다. 오늘 파악하고 내일부터 갖취입고 오겠습니다."

 

과장은 쓱 자기자리에 앉아서 아무말 없이 TBM 나갈 준비를 한다. 눈매가 날카로운게 화가 난건지 하여튼 통 속을 알 수가 없다.

 

사십오분이 되자 공사팀 기사들이 우르르 나가고 나도 따라 나갔다. 가설 사무실 앞 적당한 공터에 간이 사열대가 놓여있었고 안전보드판에는 무재해 마크와 안전 슬로건들이 붙어있었다.

 

회사 직원들이 네 줄정도 그리고 협력사 직원들 라인이 여섯 줄 정도로 구성되었고 오십분이 되자 국민체조 음악이 나왔다.

 

안전팀 기사가 사열대 위로 올라가 긴 팔다리를 휘적이며 멋드러지게 국민체조를 했고 모두들 따라서 열심히 했다.

 

체조가 끝난 후 안전팀장님이 올라가 오늘의 작업과 안전 주의사항들을 간단하게 말씀하셨고 구호 준비! 앗! 안전제일 조아조아조아!! 구령을 외치고는 내려오셨다.

 

다들 뿔뿔이 흩어져서 그룹별 TBM을 했고 공사팀도 삥 둘러섰다.

 

공사팀장님이 오늘 작업이랑 어디 뭐 하고 출역사항등의 의견을 주고받고 오늘의 회의일정과 필요사항들을 전달해주시고는 그룹별 TBM도 마쳤다.

 

곧 과장님께서는

 

"너 어제 안전교육 안받았지? 일단 저기 일층 안전교육실로 가서 안전교육 받고 있어."

 

하시며 현장 비탈길을 걸어 내려갔다.

 

신규자 두어명과 현장개요 안전 주의사항 등 안전교육을 듣고 보니 삼십분쯤 지났다.

 

"기사님 밥먹으러 가시죠"

 

쫄래쫄래 따라가 아침을 먹으러 갔다. 집에서 국 한숟갈 뜨고 왔지만 이상하게 잘 먹힌다.

 

식사 후 자리로 와서 어제의 흙막이 도면을 정리하고 있는데 못보던 사람이 다가왔다.

 

"니가 XX이냐?"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오는데 누군지는 모르겠고 근무복 입고 있는거 보니 회사직원에 반말이니 나보다 고침이겠지.

 

"안녕하십니까"

 

"따라와봐"

 

탕비실로 데려가더니 간의 테이블에 앉아 커피 한잔을 타주더니 물었다.

 

"몇기냐?"

 

"?? 어떤거...를 말씀하시나요?"

 

"너 신입사원이라메? 공채 몇기냐고?"

 

나에게 공채 몇기냐고 물어 본 사람 최초다.

 

"예 XX기라고 들었습니다"

 

"아 벌써 그렇게 되었나.."

 

자기는 몇기고 공무팀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넥타이를 메고 있네...

 

이렇게 길고 긴 공무팀 대리님과의 악연?이 시작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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