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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281회 작성일 20-01-1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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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될지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이 글은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애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싶어서 쓴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 물론 그냥 재밌게 읽어줘도 좋고.. 편의상 반말로 할께. 첫 썰이라 필력딸려도 이해 부탁해.
*참고로 주변을 보면 스스로를 레즈.게이라고 말해도 완전한 이성애자보다는 양성애자(바이)가 많은데, 나는 완전한 동성애자야.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어느 정도 내가 동성을 좋아한다는걸 알았던 거 같아. 중학교 2학년쯤 되면 사춘기니까 이성한테도 막 관심생기고 그럴 시기잖아? 근데 나는 중2때까지 남자한테는 전혀 관심도 없었고 항상 학교 젊은 여선생님들을 정말 좋아했던거 같아. 그런데 그냥 흔히 말하는 "쌤 사랑해요!♥"같은 느낌이 아니라 쌤이랑 눈 마주치면 얼굴 빨개지고 쌤이 이름불러주면 두근두근거리고.. 사랑이라고까지는 못하겠지만 그냥 존경하는 마음에서 좋아했던 건 아닌 거 같아. 중학교가 공학이다 보니 남자애들한테도 여러 번 고백을 받았었지만 항상 별 감흥도 없었고 항상 친구로 지내자는 말로 흐지부지 넘겼었어.

 

 그래도 중2때까지는 딱히 내 성 정체성에 관심도 없어서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지 남자를 좋아하는지 생각도 안해봤어. 지금 생각하면 중학교때는 그냥 조증걸린것마냥 항상 웃고만 다녔던 것 같아. 그러다가 체육시간에 옆반 여자애들이랑 피구를 하게 됐어.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항상 남는시간에는 여자애들은 피구,남자애들은 축구 시켰었거든. (이건 대부분의 학교가 그렇지 않나?) 근데 꼭 반에 한두명씩은 공 세게 날리는 애들 있잖아? 그게 나였어 ㅋㅋ 또 나혼자 신나가지고 공을 날렸는데 옆반 여자애 얼굴을 맞혔어...;; 아예 모르는 사이는 아니였고 오다가다 봐서 얼굴만 아는 그런애였는데, 얘가 공을 맞고 뒤로 넘어가더니 코피가 막 나는거야... 쌤이 애 데리고 보건실갔다 오라길래 진짜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하면서 갔던거 같아. 사실 이때 너무 당황해서 잘 기억은 안나는데 코피 줄줄 흘리면서 괜찮다고 웃어주더라. 근데..진짜 예뻤어. 아마 그때 반했던게 아닌가 싶어

 

 하여튼 어찌저찌 정리가 되고 하교를 했는데 계속 그애 생각이 나더라. 그때는 그냥 미안해서 계속 생각이 나는거라고 믿었었는데, 아마 그냥 좋아했던 거겠지. 어차피 걔 반은 알고있으니까 다음날에 학교가서 매점에서 과자를 한가득 사다가 줬었어. 내 일주일 용돈을 절반 넘게 썼었던거 같아. 명목상으로는 그냥 미안해서 사다준거였지. 너무 부끄러워서 직접 안마주치려고 봉지에 담아서 쪽지 조그맣게 써서 넣고 자리에 없을 때 몰래 책상에 올려놓고 왔어. 그때 이름을 알게됐는데, 이진희(가명)이었어. 키는 한 157 정도 됐었고내가 165정도로 좀 컸으니까 거의 키는 10cm차이가 났었고, 누가봐도 껴안고싶게생긴 귀욤상이었어. 단발보다 좀 긴 생머리에 눈웃음 지을때가 진짜 이뻤어. 보조개도 있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하여튼 뭔가 미션 하나 끝낸 느낌으로 교실에 돌아왔는데 바로 다음시간에 진희가 우리반으로 찾아오더라..ㅋㅋ 내가 사다준 과자를 거의 다 다시 가져와서 이만큼은 너 먹으라고 그러더라고.. 막 너먹어라 난 괜찮다를 서로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우리반애들이랑 다같이 나눠먹었어. 체육도 일주일에 두번씩이나 겹치고 내가 일부러 몇번 찾아가고 그러다보니까 금방 친해지더라. 나중에 보니까 집 방향도 같아서 그 뒤로부터는 맨날 같이 등하교 했어. 학교가 버스타기 애매한 거리여서 15분정도 걸었었거든. 나랑 비슷한 곳에 사는 애가 없다보니까 같이 등하교할 애가 생기니까 진짜 좋더라.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걔가 좋아지고 계속 같이있고 싶더라. 내가 걔를 연애상대로 좋아하다는 걸 깨달은 거는 아마 친구들이랑 연애얘기 하면서였던거 같아. 왜 딱 그쯤되면 청소년기라고 서로 사귀고 50일도 못가 깨지고 또 사귀고 이런일들 많잖아? 여자애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애 얘기를 하면서 걔랑 이거하고싶다 저거하고싶다 하는데 나는 그게 진희였어.

 

 진희를 연애상대로 좋아한다는걸 알고 나서 든 생각이 "내가 아무리 티내봐야 연애감정인걸 알겠어?"라는 생각이였어 ㅋㅋ그래서 맨날 들이대고 멀리서도 이름 크게부르면서 인사하고 그랬지.. 그러다 겨울방학 돼서 그냥 간간히 연락하면서 지냈어. 맨날 문자하려고 했는데 부담스럽다고 싫어하면 어쩌지하는 마음에 그랬던거 같아.

 

 그렇게 미적지근하게 겨울방학을 보내고, 3학년이 됐지.새학년 새학기니까 반을 새로 배정받는데 진희랑 같은반 되게 해달라고 얼마나 빌었는지 몰라..ㅋㅋ 무교인주제에 부처님 하느님부터 시작해서 물신님 바람님 뭐 그냥 모든 사물에 님만 붙여서 기도했던거 같아. 근데.. 신님들도 문어다리는 별로였는지 나는 1반 진희는 11반이 됐더라. 복도에서 양끝반.. 그거 알고는 집에 가서 얼마나 슬퍼했는지..마지막 자존심이라고 또 나름 울진 않겠다고 악을 썼었어.

 

 아무래도 반이 멀어지니까 체육도 같이 안하고 복도에서 만날일도 거의 없더라. 그래서 마지막 남은 희망으로 동아리라도 같은걸 들려고 애를 썼어. 그래서 관심도 없던 독서동아리에 신청서 내고 면접도 밤새서 준비해서 같이 결국 독서동아리에 들어갔어 ㅋㅋ 근데 동아리에서도 별일 없더라..ㅠㅠ

 

 여기서부터 좀 급전개가 되는데, 이쯤되니 내가 발정이 났었나봐..(?!) 내 부모님들이 맞벌이라 진희랑 가끔 우리집에 와서 놀기도 하고 공부도 했거든? 사실 부모님이 친구 집에 데려오는거 싫어하셨는데 진희가 하도 싹싹하고 착해서 부모님이 진희는 맨날 데려와도 뭐라고 안하시더라구.. 하여튼 중간고사 끝난 날에 진희랑 내집에서 놀게 됐어. 영화도 보고 만화책도 읽고 볶음밥도 만들어 먹고 진짜 재밌게 놀았어. 사실 나는 영화 안보고 계속 진희얼굴만 힐끔힐끔 보고 만화책 읽을때도 진희가 읽는거만 옆에서 같이읽고 진희가 볶음밥 만들어줄때도 뒤에서 껴안으면서 장난치고 했어..ㅋㅋㅋㅋ 근데 좀비게임이라고 술래가 눈 가린 채로 불끄고 도망다니는 사람 잡는게 있었거든? 그걸 하는데 진희가 술래 차례였어. 진희가 안대쓰고 나를 잡겠다고 돌아다니는데 이게 도망다니는 사람이 안봐주면 진짜 잡기 힘들거든.. 내가 계속 도망다니다가 갑자기 그냥 진희한테 뽀뽀가 하고싶어진거야..아니 이게 진짜 내가 생각해도 좀 뜬끔포긴 했는데 거의 1년동안 좋아하는 애랑 맨날 손잡고 안고 하다보니(물론 내가 일방적으로 백허그를 했을때가 많았지만.) 성욕(?)을 주체하기가 힘들더라고;; 

 

 그래서 바닥에서 기어다니면서 피하다가 벌떡 일어나서 "지희야 나 여깄어!!ㅋㅋㅋ"하면서 막 웃었어. 지희가 막 내쪽으로 조금씩 걸어오는데 심장이 터질거같더라. 범죄저지르기 직전의 범죄자 심정...? 진희가 좀 가까이 오니까 내가 가서 꽉 안았어 ㅋㅋ 뭐 맨날 백허그하면서 꽉 안아서 그렇게 이상하진 않았을수도 있는데 앞으로 안은거는 거의 처음이였어// 와..진짜로 심장이 터지는 느낌이 뭔지 알겠더라. 그러고 나서 이마에 막 뽀뽀를 했어 ㅋㅋㅋㅋㅋ 진희는 당황한건지 뭔지 막 웃으면서 "뭐야~!"이러고.. 보통 좀 있으면 내가 바로 팔을 풀어줬는데 내가 계속 안풀어주고 버텼어. 그리고 나서 진희 머리위에 턱 올리고 "진희야 좋아해" 이랬어..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더 써달라는 사람있으면 더 쓸게;;;어차피 없을거같아서. 저거 뒤에 더쓰면 너무 길어져서.. 너무 급한느낌이 들지만 하여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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