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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양호선생님 짝사랑했던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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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28회 작성일 20-01-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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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www.ilbe.com/7519760127 썰만화1http://www.mhc.kr/4192456

 

내가 고등학생 시절에 우리 학교에 진짜 젊고 예쁜 양호 선생님이 한 명 있었음.
어떻게 생겼는지 간단하게 묘사를 하자면 한 마디로 동양적인 미인의 결정체였다.
쌍꺼풀은 없었지만 턱선은 갸름하면서 이목구비가 정말 오밀조밀 잘 모여서 한 눈에 봐도 진짜 예쁘다는 느낌이 확 들었음.

성격도 참 조신하면서 밝아 가지고 그 양호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이 한 명도 없을 정도였지.
연예인 중에 누구 닮았다고 할 만한 사람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솔직히 내가 그 당시 콩깍지가 좀 씌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양호 선생님이 연예인보다 더 예쁘다고 생각했었음. 

내가 어느 날 우연히 몸이 좀 안 좋아서 양호실에 가서 잠시 누워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양호 선생님이 계속 양호실에서 일을 보고 있어 가지고 나랑 얘기를 많이 했었음.
그날 이후로 나랑 이 양호 선생님이랑 진짜 많이 친해지게 되었음.

어느 정도였냐면 내가 만날 점심 시간만 되면 밥 먹고 바로 양호실로 가서 이 양호 선생님이랑 이야기하고 그랬을 정도임.
그런데 그 양호 선생님은 나를 하나도 귀찮아 하지 않고 오히려 만날 올 때마다 웃으면서 반겨 줬었지.
또 학교에서 지나가다가 둘이 우연히 마주치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웃으면서 인사하고 간단하게 대화 나누고 헤어지고 그럴 정도였지.
나는 비록 그 당시 동급생들 사이에서는 아싸였지만 그 양호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학창 시절이 참 즐거웠었음.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복도에서 우리 반 애랑 얘기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 양호 선생님이 지나가는 거임.
그런데 내가 그 애랑 얘기를 끊고 그 선생님한테 인사를 하려고 하던 찰나에 하필 중간에 얘기를 못 끊어 버리고
그 선생님한테 인사를 못해 버린 거임. 때마침 그 상황에 그 양호 선생님이랑 눈이 딱 마주쳤었는데 그 선생님도 그냥 못 본 체하고 지나가 버렸음.

나는 좀 당황했었지만 갑자기 기분이 울컥 하는 거임. 
본인이 먼저 인사할 수도 있는 건데 갑자기 매정하게 모른 척 하고 지나가 버리는 것 같아서 
갑자기 그 양호 선생님한테 엄청 섭섭해지는 거야. 물론 내가 친구랑 이야기하고 있었긴 했지만 그래도 시발.

아무튼 그래 가지고 나는 그날 이후로 며칠 간 점심 시간에 양호실에 가지 않았음.
갑자기 내 스스로 그 양호 선생님이랑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생각이 들었고 내가 성격이 좀 많이 소심해 가지고
그날 일 때문에 생각이 존나 복잡해지는 거임. 그러면서도 괜히 그 양호 선생님한테 너무 섭섭해 가지고 내가 일부러 오기를 부리기도 했지.

심지어 그 일이 있은 후로 며칠 간 내가 직접 양호실을 찾아가서 그 양호 선생님을 만나지는 않았지만
지나가다가 우연히 몇 번 마주친 적이 있긴 했는데 그때마다 서로 못 본 체 하고 지나가 버렸음.
나는 진짜 그럴 때마다 속으로 내가 일부러 오기를 부리고 있기는 하지만 양호 선생님도 저렇게 나오니까 진짜 너무 섭섭해 가지고 눈물이 날 것 같았음...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가지고 다시 용기를 내 가지고 예전처럼 점심 시간에
밥 먹자마자 바로 양호실로 찾아갔음. 다행히 그 양호 선생님이 계시더라.
나는 그 양호 선생님을 보자마자 처음엔 약간 정적이 흘렀는데 내가 먼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음.

왜 그동안 지나가다가 날 봤으면서 아는 척 안 했냐고, 진짜 섭섭하다고 얘기함.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나도 먼저 인사 안 했으면서 선생님한테 따지는 모습이 좀 어리긴 어렸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니까 선생님이 갑자기 우물쭈물해 하면서 네가 나한테 무슨 기분 나쁜 감정 있는 것 같아서 괜히 선뜻 먼저 말을 걸기가 좀 그랬었고,
그리고 너도 계속 나한테 말을 안 거니까 자기한테 화가 났나 싶어서 더 말하기가 좀 그랬다고 이야기함.

그렇게 얘기를 나누면서 지난번에 내가 친구랑 얘기할 때 이야기부터 정말 세세하게 이야기를 했음.
그동안 서로 쌓인 게 많았던 탓인지 그런 거 하나하나 다 얘기하게 되더라. 아무래도 우리 둘이 성격이 좀 비슷했기 때문인 것 같음.
그리고 지난번에 친구랑 이야기했을 때 일은 상황이 내가 친구랑 얘기 중인데 방해하면 좀 그럴 것 같아서 그냥 지나갔던 거라고 하면서
서로 간에 있었던 오해를 푸니까 그동안 이 일 때문에 엄청 골머리를 앓았었는데 진짜 속이 확 뚫리는 것처럼 시원하더라.

선생님은 네가 다시 나를 찾아와서 이렇게 속사정을 털어놔 주니까 정말 고맙다고,
다시 너랑 얘기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고 내가 먼저 얘기했어야 하는데 그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얘기했음.
나는 그 마음이 참 고마우면서 동시에 나도 괜히 내가 오기를 부려서 그렇게 된 탓이 큰데 내가 오히려 더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진짜 달달한 분위기로 흘러가니까 그때 기분이 참 묘해지더라. 진짜 마치 연인 사이 같은 느낌이었음.

그 일이 있은 이후로 나는 다시 예전처럼 만날 점심 시간만 되면 
밥 먹자마자 바로 양호실로 가서 양호 선생님과 대화하는 게 일상이 됐음.
진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양호 선생님이 일을 그만두시게 됨.

그 선생님은 원래부터 단기 교사로 부임한 거였어 가지고 약 1년 정도만 우리 학교에서 
양호 선생님으로 복무하셨던 건데 나는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양호 선생님의 그런 사정을 알지 못했음.
그렇게 얘기를 많이 나누었었는데 나한테 그런 얘기는 일언반구도 안 했다는 걸 알게 되니까 갑자기 배신감이 느껴지는 거임.

내가 왜 그동안 얘기 안 했냐고 하니까 너는 내가 이 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친해진 학생이고,
나도 너랑 그동안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너를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런 얘기를 해 가지고 
너랑 곧 헤어진다는 걸 말하는 게 싫었다고 했음. 그런 걸 알고 있었다면 이렇게 친해지지 못했을 거라면서 
물론 당연히 얘기했어야 하는 일인데 괜히 내 고집 때문에 너한테 큰 실망을 준 것 같아서 정말 미안하다면서 눈물을 흘리시는 거임.

물론 별안간 선생님이 떠난다는 말을 들으니까 처음엔 기분이 정말 그랬지만
얘기를 들어 보니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면서 나도 선생님을 이해한다고 괜찮다고 말했음.
그러다 내가 갑자기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마지막이니까 한 번만 안아 주시면 안 되냐고 말을 꺼냄.

선생님은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먼저 나한테 다가와서 나를 안아 주셨다.
나는 갑자기 선생님이 안으셔서 좀 당황하긴 했지만 이내 내가 더 꽉 안았음.
그렇게 우리 둘은 한 1분 정도 서로 아무 말 없이 그냥 안고만 있었음. 나도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있는 힘을 다해 꾹꾹 참았다.
그 순간만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음.

그러고 나서 한동안 그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었었는데 
선생님은 원래 계획이 이 일을 마치고 아프리카로 의료 봉사를 하러 갈 예정이셨다고 함.
정말 그 선생님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심 존경스러워지더라.
사실 이 선생님한테는 오래전부터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이건 나랑 얘기할 때도 자주 하는 얘기였음.
남자친구랑 함께 가는 거라서 외롭지는 않을 거라고 했음. 네가 응원해 주면 고맙겠다고 이야기해 주시더라.

그러고 나서 바로 다음날 선생님은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었음.
무언가 그동안 항상 같이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없으니까 정말 마음속 한 구석이 무척이나 허전하더라.
물론 꽤 오랫동안 후유증을 앓긴 했지만 얼마 안 가서 거짓말처럼 기분이 다 풀리더라.
언제부턴가는 별로 그 선생님 생각도 잘 안 나게 됨. 이런 걸 보면 적응이라는 건 참 무서운 것 같아...

나는 그 선생님이 출국하는 날짜는 알고 있었지만 내가 그 당시 휴대폰이 없었고
물론 어떻게든 다른 전화를 써서라도 연락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음.
구차해 보이기도 했고 남자친구 분도 같이 있었으니까. 나중에 그 선생님 싸이월드에 들어가서 간간이 소식만 들여다보기만 했음.

이상이 딱 나랑 그 선생님의 이야기의 전부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나도 이 선생님에 대해서 점차 잊혀져 갔고 그 선생님도 지금쯤이면
나이를 꽤 드셨을 것 같다. 어떻게 지내는지 간혹 궁금하긴 한데 분명히 잘 지내고 계실 거라고 믿고 있음.

남자친구 분이랑 결혼하셨을 것 같긴 함. 아이도 낳고... 뭐, 애당초 사귄 것도 아니고 미련도 없었지만
어쩌다 한 번씩 이렇게 생각이 나는 것 보면 내가 참 그 선생님을 많이 좋아하긴 했던 것 같다.
이제는 뭐 내 기억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지. 
그렇지만 언젠가 다시 한 번 만나 봤으면 좋겠다.

그냥 문득 한 번 생각나서 한 번 이렇게 써 봤음. 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음. 긴 글 읽기 싫어하는 일게이들 많은데 이렇게 긴 글을 끝까지 읽어 준 게이들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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