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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단편(斷片) - 3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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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725회 작성일 20-01-1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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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단편(斷片) 37부.



그때 번개가 약을 가지고 들어왔다. 나는 번개에게 약을 받아 바닥에 풀었다.



“이야기는 미루고 일단 응급처지부터 하죠. 지금은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급해요. 아프더라도 참으세요.”



나는 선생이 대답하기 전에 옷을 벗겨보니 선생의 가슴과 다리들에 시퍼렇게 멍든 자국과 여기저기 상처가 보인다. 조직원들에게 모진 고문을 당한 모양이다. 나는 상처를 소독한 다음 약을 뿌리고 붕대를 감았다. 선생은 고통을 인내하며 치료하는 나를 천천히 살펴보고 있었다.



“이제 급한 응급처치는 끝났어요..........사실은 내일 선생님을 치료하고 경찰서까지 모셔다 드리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럴 필요가 없겠네요. 선생님도 우릴 믿지 못하니 지금 당장 경찰서로 가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그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무슨 조건이지.”

“제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선생님은 아직까지 모든 증거자료를 경찰이나 언론에 넘기지 않았어요. 만일 모든 자료가 경찰이나 언론에 넘어갔다면 교감패거리의 사주를 받은 조직원들이 선생님을 고문할 필요가 없었겠죠.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경찰이나 검찰에 증언하실 때 우리 일진회 아이들과 SM클럽에 농락당한 여자들에 대해서만큼은 좋은 쪽으로 증언해 달라는 겁니다. 사실 우리 일진회 아이들이야 교감패거리에 이용당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여자들은 피해자들이죠. 그들까지 이번사건에 희생당하는 것은 선생님도 원치 않겠죠.”

“아니.........아버지에 대한 부탁이 아니라........일진회 아이들과 여자들에 대한 부탁이니”

“조금 전에도 말했죠. 사실 저는 아버지가 다치든 말든 교육청과 경찰 및 언론사에 그동안 제가 수집한 교감패거리의 비리자료를 넘기려고 했어요. 하지만 자식 된 입장에서 차마 아버지를 고발하는 짓을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지금까지 망설이고만 있었어요. 그런데.........선생님이 저 대신 그 일을 해주신 겁니다. 그것도 동생의 복수라는 거창한 명분을 가지고 말입니다. 쉽게 말해........저는 선생님의 용기와 결단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다만 방금도 말했지만........교감패거리에 이용당한 일진회원들과 피해자들인 여자들이 다치는 일만은 없게 해 주세요.”

“너...........너 정말..........휴~ 내가 잘못 했구나.........겉모습만 보고 오해를 했어.”

“이제 제 진심을 믿으시겠어요.”

“어느 정도는.........”

“그래요..........자~ 이제 제가 할말은 다했어요. 선생님.......경찰에 연락하기 전에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릴게요. 아무리 증거가 확실하고 선생님이 증언을 하신다고 해도........상대는 사회적으로 막강한 배경을 가진 있는 사람들입니다. 선생님 혼자 아무리 떠들어도........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때는 저을 부르세요. 제가 선생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제가 수집한 자료도 있고..........그동안 교감패거리에게 농락당한 여자들도 많이 알고 있으니 그녀들의 협조를 받을 수 있으실 수 있을 겁니다.”

“무슨 말이지 알았어. 일진회 아이들과 여자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주어야 나를 돕겠다는 말이지.”

“협박처럼 들렸다면 죄송합니다.........선생님..........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는 겁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죠.”

“후후후~ 그래.........알았다. 당연히 피해자들인 여자들을 다치게 할 생각은 없어. 그리고 너희 일진회에 대해서도 좋은 쪽으로 증언하겠다.”

“좋습니다. 이것으로 합의가 끝났군요........그럼 경찰에 연락해 드리겠습니다. 참~ 경찰에 가시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모종의 장소에 숨겨놓은 증거자료를 경찰에 넘겨야겠지. 그 다음부터는 경찰이 알아서 하겠지.”

“선생님도 알겠지만 교감패거리는 조직에 선생님을 처리해 달라고 사주했어요. 경찰에 가시면 필히 신변보호를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걱정해 줘서 고맙다. 명심하마.”

“계속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물어보는데.........이번이 정말 마지막입니다.........왜~ 경찰이나 교육청이 아니라 언론에 먼저 터트리신 거죠. 그것도 증거자료도 모두 넘기지 않고 말이죠.”

“나는 바보가 아니거든..........너도 말했지만 상대는 사회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놈들이야. 이건 정말 만약의 경우를 가정한 이야긴데.............내가 경찰이니 교육청에 먼저 고발을 했다고 치자. 만일에 교육청이나 경찰에 그놈들이 아는 사람이 있어서............상부에 보고하기도 전에 놈들의 귀에 먼저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아마 나는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되고 내가 보내 증거자료는 매장 당하겠지. 내가 5년 동안 준비한 일이 물거품이 되면 나는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거야. 그래서 약간의 안전장치를 마련했지. 먼저 언론에 흘리는 거야. 언론에서 먼저 떠들기 시작하면 경찰이나 교육청에서도 사건을 덮지 못해.........언론이나 국민들이 의식해서라도 경찰이나 교육청도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어.”

“음~~...........제가 한수 배웠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럼 경찰에 연락해 드리죠.”



나는 곧바로 경찰에 연락을 했고 20분이 지나지 않아 경찰이 여관으로 달려왔다. 경찰은 우리들까지 잡아가려 했지만 선생님이 잘 말씀하셔서 우리는 경찰서에 끌려가지는 않았다.



“회장............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멀어지는 경찰차를 보며 하마가 불안한 듯이 질문했다.



“글쎄..........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불겠지. 다른 사람들도 잘 들어. 점심시간에도 말했지만 너희들은 경찰이나 선생님이나 어느 누가 물어봐도 무조건 모른다고 해. 정 대답이 궁하며 교감선생님이나 학생주임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해. 그래도 급하면 무조건 나에게 모두 넘겨........모든 일은 내가 해결한다. 대신..........아이들 입단속 잘하고..........저번에 학생주임의 일은 입 밖으로도 꺼내지 마라. 아니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버려.........그게 밝혀지면.........우리 모두는 끝장이다. 알아들었지.”

“알았어요.”

“그래........너희들도 이제 그만 돌아가라.........수고 했다.”



나는 하마와 번개에게 택시비를 주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3시간 넘었다. 나는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거실은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고 소파에 앉아 있던 새엄마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지금까지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새엄마는 내 품에 안겨 비 맞은 참새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이 시간까지 안자고 기다렸어. 그런데 무슨 일이야........왜 이렇게 떨어. 그리고 아버지는 어디 가셨어.”

“태자는 뉴스도 못 봤어........신문이나 TV에서 얼마나 떠들고 있는지 알아.”



새엄마도 TV나 신문에서 SM클럽에 관계된 뉴스를 본 모양이다.



“봤어.......아버지는 어디 가셨어.”

“몰라..........병원에서는 아침에 나가셨다고 하시는데.......지금까지 연락도 없어. 내가 연락해도 받질 않으시고........더구나..........아까 저녁에 경찰까지 왔다 갔어. 태자야........어떻게.........무서워 죽겠어.”

“뉴스를 보고 피하신 거가?..........하긴 소나기는 피해가라는 말이 있지.”



나는 새엄마를 안아 소파에 앉히고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이제 걱정하지 마........내가 있잖아........아버지도 무사하실 거야.”

“태자야.......아침부터.......전화벨이 계속 올려.......받으면 대부분 욕설을 하거나........당장 죽인다고 협박을 해.......뉴스가 나간 후..........계속 전화가 와서 전화코드를 뽑아버렸어.”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뉴스에는 ○○동에 있는 모병원 강모원장이라고 간단하게 나왔지만 뉴스의 주인공이 우리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항의 및 협박 전화를 하는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 잘 했어........그런 전화는 받지 마........병원에는 연락해 봤어.”

“아침에도 연락하고.........퇴근시간에도 연락했는데...........병원에도 들어오시지 않았데.”

“병원 분위기는 어때.”

“자세한 것은 모르겠고..........선생님들이나 간호사들도 많이 당황하는 눈치야.”

“하긴........그들도 당황스럽겠지..........엄마.........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단단해 먹어야 해. 아버지가 안 계실 때 우리가 잘해야지. 우리까지 흔들리면 끝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그렇지만.........너무 무서운 걸.”

“뭐가 무서워~ 엄마가 죄진 거라도 있어.”

“저기........나도 한때는 SM클럽과 연관이 있던 사람이야.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에........그들과 그렇고 그런 사이였어.”

“휴~ 바보야. 그건 지나간 과거일 뿐이야. 그리고 이번 사건의 핵심은 SM클럽의 남자 놈들이지 그놈들에게 당하기만 한 여자들이 아니야. 엄마나 여자들은 엄밀하게 말하면 피해자들이야. 경찰이 피해자들을 잡아가겠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그럼 난 경찰에 잡혀가지 않는 거지.”



나는 속으로 새엄마의 욕을 한바탕해주고 싶었다. 새엄마는 지금 아버지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 하긴.........아버지의 재산을 보고 결혼한 여자가 아버지가 걱정이나 하겠는가? 하지만 나는 기분 나쁜 것을 내색하지 않고 새엄마를 안심시켰다.



“안심해.........엄마는 내가 지켜줄게.”

“정말........정말! 태자가 지켜줄 거야.”

“당연히 내가 지켜줘야지.........당신은 엄마이기 이전에 나의 충실한 노예잖아. 주인이 노예를 지켜줘야지 누가 지켜주겠어.”



엄마는 복잡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곧 나의 품을 파고든다.



“고마워........정말 고마워. 나는 태자만 믿을게.”

“자~ 자~ 이제 그만하고 진정해..........참~ 부탁이 있어.”

“부탁.........무슨 부탁?”

“나도 내일 수업이 끝나면 바로 병원으로 갈 거야. 엄마도 내일 아침에 병원으로 출근해........신문이나 방송에서 떠들어 대고 아버지까지 없으니........의사나 간호사들이 동요하고 있잖아. 이대로 두면 병원이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야. 나중에 아버지가 돌아오셨는데 병원이 망했으면 얼마나 황당하시겠어. 아버지가 없을 때 우리가 병원을 지켜야해. 무슨 말인지 알지.”

“병원 식구들이 나를 사모님으로 인정하기나 하니........아마 내가 말하면 콧방귀도 뀌지 않을 거야.”

“엄마가 병원에 출근해서 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 충분해. 나도 내일 병원에 가겠다고 했잖아. 이런 말하면 안 되지만.........아버지가 감옥에 가시고 병원까지 망해봐~ 엄마나 나는 어떻게 살겠어. 거지되는 거 순식간이야. 그러니까 병원만큼은 우리가 지켜야 해. 무슨 말이지 알지.”



엄마는 나의 설명은 듣고 잠시 말없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새엄마도 병원이 망해서 쪽박을 차는 것은 싫을 것이다.



“알았어. 내일 병원으로 출근하게.”

“그래........우리도 그만 자자. 내일 출근하려면 조금이라도 자야지.”

“태자야........무서워........같이 자면 안돼.”

“그래.........내방에서 같이 자자.”



엄마가 무서워서 도저히 혼자자기 힘들다고 하니 내방에 올라가 같이 침대에 누웠다. 아마 평**면 새엄마는 벌써 나를 유혹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밤은 새엄마도 그대로 잠이 들었다. 아무리 색을 밝히는 새엄마라도 오늘 같은 상황에서 섹스를 하자고는 못하는 모양이다.



날이 밝자 나는 새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나는 새엄마를 병원으로 보내고 학교로 향했다. 골목길에 도착한 나는 평소의 습관대로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누나는 나를 보며 손을 흔들어주다가 학교 쪽을 손가락질 한다. 학교에 가라는 말인 모양이다. 나는 누나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학교로 향하니 교문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손에 푯말이나 현수막을 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대충 사람들을 살펴보니 학부모들과 시민단체 사람들인 모양이다. 나는 인파를 해치고 교문 앞으로 가보니 교문 반대쪽에는 경비아저씨들과 선생님들이 교문을 지키고 있고 교문 한쪽에 임시휴교라는 벽보가 붙어 있었다.



“학생........집에 돌아가. 오늘은 수업이 없다.”



선생 한명이 교복을 입은 나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나는 다시 인파를 해치고 교문을 빠져나와 김지선선생에게 전화를 했다. 한참 전화벨이 올리고 김지선선생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태자니..........내가 조금 후에 연락할게..........잠시만 기다려.”



선생은 바로 전화를 끊더니 5분쯤 후에 전화가 왔다.



“선생이야.........대체 무슨 일이야.”

“교무실이 완전히 전쟁터 같아.........아침부터 전화통이 불난다.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에 시민단체의 항의전화........교감이나 교장을 찾는 전화에.........미치겠다. 정말.......너는 어디야.”

“학교 앞이야. 임시휴교라고 해서 무슨 일인가 해서 전화해 본 거야.”

“상황이 대충 이래.........교감이나 교장은 학교도 나오지 않았고........연락도 되지 않아. 전화통은 불나지.........학부모나 시민단체에서는 아침부터 학교까지 찾아와서 저 모양이지........이런 상황에서 수업이나 제대로 하겠어. 그래서 임시휴교를 한 거야. 태자야........너도 집에 가. 나중에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전화해 줄게.”

“교장이나 교장은 잡혀간 거야.”

“모르겠어. 집구석이나 핸드폰으로 전화해도 받지 않으니 알 수가 있나.”

“알았어..........수고해.”

“참~ 너........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이번 사건은 어디까지나 김선생이 벌인 사건이야. 너나 일진회와는 무관한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알았어. 참........나도 한 가지만 더 물어보자. 미술선생이나 음악선생은 나왔어.”

“나오긴 나왔는데........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잠깐 얼굴만 비치고 살아졌어. 어디 숨어 있는 모양이지.”

“알았어..........그만 끊는다.”



나는 전화를 끊고 교문 앞에 있는 시위대를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시위대는 성난 학부모들이다. 교감과 교장 등이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강간했다니 학부모들이 얼마나 황당하고 기가 막히겠는가? 거기에 참교육을 위한 어쩌고 하는 시민단체들까지 가세했으니 교감이나 교장을 비롯한 SM클럽은 이것으로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경찰이나 교육청에서도 학부모들과 시민단체 때문이라도 SM클럽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한 것이다.



내가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려고 하는 순간 전화벨을 올렸다.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아버지의 전화다. 나는 잠깐 전화기를 바라보다가 전화를 받았다.



“태자냐........아버지다.”

“예~”

“너도 뉴스는 봤을 거니 길게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아버지는 무사히 잘 있다. 조용해지면 돌아갈거니 걱정하지 마라.”

“그 말 하시려고 전화하셨어요.”

“그래!.......앞으로 다시 전화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전화가 없으면 무사히 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라. 알았지.”

“예~ 알았어요.”



아버지의 전화는 간단했다. 그런데...........왜 가슴 한쪽이 찡하게 아파오는 것일까? 아버지는 새엄마나 병원에도 전화 한통 없었다고 했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불통이라고 했다. 그런데........전화 한통하지 않은 나에게 전화를 했다.........아버지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려 하는 나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걱정할까봐~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모르겠다. 그냥 가슴이 답답하다.



“빌어먹을.........빌어먹을..........이런 쌍..........휴~”



나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답답한 나의 가슴과는 다르게 너무나 맑기만 했다. 나는 길게 한숨을 쉬고 다시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런데 다시 전화벨이 올린다. 전화번호를 확인해보니 미나누나의 전화다.



“여보세요. 누나가 웬일로 나에게 전화를 다 했어요.”

“혹시 수업 중이니........... 그럼 끊을게.”

“아니에요. 오늘은 임시휴교라고 하네요.”

“그래.........그럼 지금 어디야.”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있어요. 왜요?”

“혹시 시간 있으면 우리 집으로 올래.”

“알았어요. 지금 당장 갈게요.”



나는 바로 누나의 집으로 달려가 초인종을 누르니 누나가 달려 나왔다.



“어서와! 빨리 왔네.”

“근처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특별한 일은 아니야. 우선 안으로 들어와서 이야기하자.”



나는 누나와 함께 거실로 들어가니 아줌마가 반갑게 인사를 않다. 요즘 들어서 자주 보았기 때문에 이제는 아줌마와도 많이 친해졌다.



“아줌마.........주스라도 가져오세요.”



누나와 함께 소파에 앉으니 아줌마가 주스를 가져다주었다.



“학교에 무슨 일이라도 있어. 갑자기 임시휴교를 하게........더구나........교문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뭐야. 혹시 뉴스에 나오는 학교가 저기 앞에 있는 학교는 아니지.”



누나도 뉴스를 본 모양이다. 하긴 TV나 신문에서 계속해서 떠들고 있으니 누나도 들었을 것이다.



“뉴스에 나오는 태풍고등학교가 우리 학교 맞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교문에 모여서 시위를 하는 것이고..........임시휴교를 하는 겁니다.”

“세상에 설마 했는데..........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선생이 학생을 상습적으로 강간하다니.........말세야 말세.”

“모두가 본분을 막강한 사람들 때문이죠.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즘 학교재단이사장 중 일부는 학교를 자신의 사유재산으로 생각하고 자기 멋대로 운영해요. 예전처럼 국가에 필요한 인제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나 높은 이상은 고물상에 팔아먹었고........오직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학부모들에게 촌지나 받고..........교사직을 돈으로 팔아먹고.......그것도 부족해서 학생들을 이용해서 추잡한 짓까지 벌이고 있죠. 그러니 돈 받고 교사가 된 선생들이 제대로 학생들을 교육이나 시키겠어요. 위 사람들의 눈치나 보며.........학부모니들에게 촌지나 받아서 위 사람들에게 상납하고 나머지는 자기 주머니에 채우기에 급급하니...........학생들이 그런 선생들을 보며 무엇을 배우겠어요. 이런 말하면 안 되지만.........교사들 스스로 자신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어요. 그러면서 스승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고 한탄하는 교사들을 보면 할 말이 없죠.”



누나는 나를 찹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태자야.........무슨 말하는지는 알겠는데.........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던.........남이 어떻게 하든............ 자신만 잘하면 되는 거야..........네 말대로 스승이 스승답게..........학생이 학생답게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 본분에 충실하면 얼마나 좋겠니. 하지만 세상에는 별별 사람도 많고 자기 뜻대로 만은 되지 않는 거야. 그렇다고 남이 그렇게 한다고 자신도 그렇게 하면 똑같은 사람밖에 되지 않아. 태자야.......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태자는 학생의 신분에 충실하면 되는 거야. 누나는 태자가 그랬으면 좋겠어. 내가 너무 건방진 충고를 하는 건가?”

“아니에요. 건방지다니요. 당연한 말씀인데........충분히 알아들었어요.”

“고마워........내가 이런 말 하는 것은 태자가 남 같지 않아서 그래.......나도 무슨 마음인지 모르겠는데........태자를 보고 있으면 친동생 같고...........친자식 같아........웃기지. 내가 주책인가? 태자 부모님이 들으시면 화내시겠다.”

“누나.........우리 엄마..........새엄마에요. 나이도 저랑 얼마차이나지 않은 젊은 분이라 엄마라고 부르기도 힘들죠. 말로는 엄마라고 부르기는 하지만........사실 친구 같아요. 또 새엄마도 절 자식으로 생각하시지는 않죠........그런데.........누나를 보고 있으면.........친누나 같고........친어머니 같아요. 저요........누나 정말 사랑해요.”

“태.........태자야........내가 괜한 말을 꺼내서.........아픈 곳을 건드린 모양이구나? 미안해............ 사랑한다는 말.............고마워”

“언젠가는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오늘이 마침 기회가 된 거죠.”



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었다. 조금 전의 아버지의 전화와..........방금 누나가 친자식 같다는 말이 중복되면서 기분이 땅바닥까지 가라앉는다. 누나는 내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자 나의 겉으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얻고 다독거려 준다.



“내가 괜한 말을 꺼낸 모양이네........그래........앞으로 내가 태자를 누나 같이.......엄마같이 보살펴 줄게.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 힘들거나........외로우면 언제든지 찾아와. 알았지.”



누나가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자 갑자기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나는 애써 눈물을 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있으면 눈물을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 가야겠어요.”

“벌써 가려고..........더 놀다가.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어.”

“급하게 가볼 때가 있어요. 내일이라도 다시 올게요.”

“급한 일이 있다면 할 수 없지........태자야..........알지..........태자는 자신의 본분에만 충실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와. 비록 좁은 가슴이지만 언제라도 빌려 줄게.”



나는 힘들게 누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고 집을 나섰다.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도경이에게 전화를 했다. 도경이가 많이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태자니.........어디야.”

“지금 병원으로 가는 길이야.”

“병원? 왜~ 어디 다치기라도 했어.”

“다치긴 무슨.........언론에서 계속해서 떠들고.........아버지도 행방불명이라 병원이 엉망이야. 학교도 임시휴교라고 하니 나라도 병원에 가서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누나들을 안심시켜드려 야지.”

“아참~ 태자 아버지도 SM클럽의 한명이지........그래 그럼 가야지. 참~ 김선생님을 어떻게 됐어. 하마선배 말로는 경찰과 함께 가셨다고 하던데........”

“하마 말대로야.........경찰이 보호하고 있을 거야. 도경아........지금 급하거든.......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그래.........알았어. 태자야.......조심해. 혹시 조직원들이 복수하러 올지도 모르잖아.”

“알았어! 조심할게.......너도 조심해.”



나는 전화를 끊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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