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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단편(斷片) - 3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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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782회 작성일 20-01-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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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단편(斷片) 38부.



누나를 만나고 병원으로 가보니 병원입구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간호사누나들과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을 피해 병원에 들어가 보니 병원 안에도 여기저기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모두들 아버지와 앞으로 병원이 어떻게 될 것인지 떠들고 있는 모양이다.



“태자구나.......태자야.”



접수처에 근무하는 영숙이 누나가 나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누나도 일을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랑 떠들고 있다가 나를 발견한 모양이다. 나는 누나에게 인사하고 누나의 손을 잡고 조용한 곳으로 갔다. 일단 영숙이 누나를 통해 병원분위기를 파악하려 한 것이다.



“태자야.......앞으로 병원이 어떻게 되는 거야. 어제 뉴스보고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니?”

“그거 나중에 이야기하고...........누나!.......병원 분위기는 어때.”

“방송에서는 원장님이 여자들을 상습적으로 강간한 일당의 한명이라고 떠들고 있지........원장님은 전화도 안 되고 행방불명이지.........휴~ 그래서 그런지 간호사언니들이나 의사선생님들도 일손을 놓고 있어. 환자들도 어떻게 알았는지 다른 병원으로 가겠다는 사람도 있고.........지내들끼리 모여서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있고..........최소한 원장님이라도 계셔야 하는데........걱정이다.”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았어. 혹시 경찰이 다녀가지는 않았어.”

“태자가 오기 전에 형사 같은 사람들이 다녀가기는 했어.”

“음~ 그래..........엄마는 어디계서.”

“아침에 보긴 했는데 지금은 어디계신지 모르겠다. 아마 원장실에 계시지 않을까?”

“알았어. 누나.........병원전체에 방송해서 현제 병원에 있는 의사선생님들과 간호사누나들 보고 모두 원장실로 집합하라고 해. 누나도 방송이 끝나면 원장실로 오고.............”

“뭐하려고.........”

“모두 할말이 있어. 그러니까 모두 집합시켜.”

“아..........알았어.”



나는 영숙이 누나에게 의사와 간호사들을 모두 집합시켜 달라고 부탁하고 원장실로 올라갔다. 아버지가 근무하던 원장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새엄마가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휴~ 난 또 누구라고.......태자구나!........어떻게 이 시간에 왔니. 학교 끝나면 온다고 했잖아.”

“임시휴교에요. 학교도 엉망이라 수업이나 되겠어요. 그런데 뭐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놀래요.”

“그..........그냥.........무섭고.......태자는 병원을 지키라고 하고........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그냥 엎드려 있었던 거야.”

“뭐가 무섭다는 거죠? 누가 엄마를 잡아가기라도 한데요?”

“아침에 병원에 왔는데.........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거야. 아버지도 안 계신 병원에 네가 출근하니까 이상한 모양이지.........또 전화벨은 계속 올리지........받으면 욕부터 하지.......그래서 전화코드도 뽑아버리고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했어.”



엄마의 공포에 질린 듯한 눈을 보니 대충 어떻게 된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새엄마는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에 우리 병원 간호사였다. 아버지는 아름답고 천성적으로 색을 밝히는 새엄마를 노예로 만들었고........결혼 전에 두 사람은 병원까지 난잡한 섹스를 즐겼다. 당시 병원에는 아버지와 새엄마에 관계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는데........아버지와 새엄마가 결혼하자 새엄마가 아버지의 돈을 보고 결혼했다는 식으로 떠들어댔다. 쉽게 말해 병원사람들 눈에는 천박하고 어린년이 돈맛만 알아가지고 몸 팔아서 원장사모가 된 것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아마 새엄마를 창녀보다 못한 여자로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다. 예전부터 엄마를 알고 있는 병원사람들 눈에 엄마는 여전히 천박하고 어린년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 잘했어. 엄마는 그냥 자리만 지켜주고 있으면 돼. 나머지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나는 엄마를 진정시킨 다음 아버지의 자리에 앉아만 있으라고 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하나둘씩 원장실로 들어왔다. 나는 책상에 등을 기대고 서서 나머지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강태자..........무슨 일도 보자고 했어.”

“모두 집합하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성질 급한 선생이 물어보자 나는 다른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병원으로 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했다. 뉴스에서 ‘모병원 강모원장’이라고만 나왔는데..........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집에까지 전화를 했다. 그건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안다는 말이며.........병원식구들이나 환자들도 강모원장이 아버지란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될까? 지금의 상황처럼 될 것이다. 의사나 간호사들은 우왕좌왕하며 일도 못하고 있을 것이 뻔했고.......환자들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을 믿지 못하겠다는 식으로 병원을 떠나려 할 것이다. 이야기가 이렇게 진행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끝내 아버지가 경찰에 잡혀 감옥으로 가면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이며 끝내는 병원이 망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무언가 획기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멍하니 있다가는 병원이 망한다. 나는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무언가 획기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건 모든 의사와 간호사들이 집합하면 말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이 모두 집합한 모양이다.



“다들 온 것 같은데...........이제 무슨 일인지 말해 주겠니? 혹시 원장님이라도 오신 거니..........그것도 아니면 연락이라도 된 거야.”

“혹시 빠진 사람은 없나요. 모두 집합하신 겁니까?”

“어제 당변이라 일찍 들어간 사람들을 빼면 모두 집합했어.”



나는 모여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혹시 저 여자가 집합시킨 건가? 웃겨.........지가 뭐라고 우릴 집합시켜. 웃기는 짜장이야.”



간호사들이 귓속말로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다. 의사들도 말은 안하지만 기분 나쁜 표정으로 새엄마를 바라본다. 나는 간호사들의 말을 못들은 척하며 앞으로 나섰다.



“모두 집합한 것 같군요. 제가 집합시켰어요. 제가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집합하라고 한 겁니다.”

“잠깐만.........네가 우릴 집합시켰다는 말이야.”



의사하나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질문한다. 나이도 어린놈이 자기들을 집합시킨 것이 기분 나쁜 모양이다.



“예! 제가 집합시켰어요.........일단 제가 여러분을 집합시킨 목적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현재 우리 아버지는 병원에 나오실 수 없습니다. 무슨 일 때문인지는 여러분도 아시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제가 병원에 들어와 돌아보니 의사선생님들이나 간호사님들이나 모두들 일손을 놓고 있더군요.”

“당연하지 않아.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계속해서 떠들고 있지........원장님은 연락도 안 되지........환자들은 무슨 일인지 계속 물어보지........이런 상황에서 일이 되겠어.”

“그래요.........일하시기 힘들겠죠. 저도 짐작하고 있습니다.........그런데........계속 일도 안하고 우왕좌왕하면 어떻게 하자는 거죠. 다 같이 망하자는 겁니까? 같이 죽자는 겁니까?”

“.............이봐.........이런 상황에서 일한다는 것이 더 이상하잖아. 그렇다고 병원이 망한다는 표현은 심하다.”

“심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계속 우왕좌왕하면 환자들은 우리 병원을 믿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가겠죠. 병원이 우리 병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환자들이 떠나면 병원은 망하는 겁니다. 병원이 망하면.........여러분의 직장도 없어지는 겁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우리 병원이 아니라도 가실 때는 있겠죠.”

“힘들게 말할 필요 없어.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간단해요. 우리 병원은 우리 아버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것이라는 겁니다. 명의만 우리 아버지로 되어 있을 뿐이지.......지금까지 실질적으로 병원을 이끌어 오신 분들은 바로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 입니다. 저는 우리 병원이 원장 한명 없다고 무너질 병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씀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일이 최선을 다해 주세요. 여러분이 병원을 지켜주세요.”

“말은 쉽게 하는 군..........지금 환자들이 얼마나 떠들고 있는지 알아. 사람들이 얼마나 손가락질 하는지 아느냐고........마치 우리도 원장님하고 똑같은 사람들인 것처럼 수군거리고 있어. 당장 퇴원하겠다는 환자도 있고.........전화해서 욕하는 사람들도 많아. 이런 상태에서 주인정신을 가지고 일하라고........그게 말처럼 쉬워~”

“여러분.........여러분이 죄를 지었습니까? 죄인은 여러분이 아닙니다. 남이 떠들든 말든.........여러분만 떳떳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여러분병원이 죄인이 아니지 않습니까? 왜 당당하지 못하죠..........못 일을 못하겠다는 거죠.”

“말은 쉽지........누군 그걸 모르나.”



젊은 의사한명이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한다. 주위를 살펴보니 대부분의 의사나 간호사들도 젊은 의사와 같이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다. 어쩌면 나이도 어린놈이 자신들에게 훈계하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 기분 나쁘게 들릴 지도 모른다.



“다들 불만이 많군요. 좋아요. 간단하게 질문하겠습니다. 일을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지금처럼 일손 놓고 계실 겁니까?”

“대충 사건이 해결되고..........언론에서 잠잠해 져야지. 이대로 일손이 잡히니?”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럼 일을 못 하시겠다는 말씀이죠?........좋아요. 여러분의 의견이 그렇다면 오늘부로 병원을 패업하겠습니다.”

“폐.........폐업?.........방금 폐업이라고 했니. 말도 안돼. 누구 맘대로 폐업을 해.”

“법적으로 병원은 우리 아버지 소유에요. 아버지가 안 계신 지금.......모든 법적인 권리는 저와 엄마에게 있으니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대로 가면 어차피 망해요. 이번 사건이 쉽게 끝날 사건도 아니고........아버지가 언제 돌아오실 지도 몰라요. 여러분은 일도 안하고........그럼 환자들은 떠나고...........병원은 망하겠죠. 이왕 망한 병원이니 길게 시간 끌 필요 없이 바로 폐업을 하겠다는 겁니다. 아직 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정리해야지 여러분 월급도 계산해주고 퇴직금도 정산해 줄 거 아닙니까? 그래야 저와 엄마도 살고요.”

“야야~ 강태자........너무 극단적으로 말하지 마라. 자자~ 그리고 여러분.........태자 말대로 병원은 강원장 개인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병원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바로 우리가 주인이라는 말입니다. 정말 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실력 좋은 분들이야 다른 병원으로 가면 되지만........나머지 사람들은 실업자가 되겠죠. 인턴도 문제고.......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부 간호사들도 실업자가 되겠죠. 그리고 우리 믿고 치료를 부탁한 환자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병원에서 가장 연세가 많고 오래된 이선생님이 앞으로 나서서 말하니 다른 의사들이나 간호사들도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이 선생님..........이 선생님의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저희들은 어떻게 해야 하죠.”

“병원을 지켜야죠. 지금까지 어떻게 키운 병원인데.......여기서 문을 닫습니까. 힘드시겠지만 여러분이 조금만 참고 분발해 주세요. 저도 병원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요. 이선생님 말씀대로 합시다. 다들 소식 들었잖아요. 요즘 소형병원이나 개인병원들이 망하고 있다는 말 들으셨죠..........망하는 거 순식간입니다. 개업의원 10명중 2~3명이 신용불량자라는 말도 있어요. 우리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봅시다. 망하면 다른 곳에 가면되지. 그것도 안 되면 개업하면 되지.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지금 병원이 잠깐 흔들리고 있지만 우리 병원만큼 튼튼한 병원도 없잖아요? 우리가 키운 병원입니다. 우리가 병원을 지켜야 합니다.”

“음~~~~”



이선생님과 다른 젊은 의사선생의 말에 사람들은 한동안 말없이 고민하고 있다. 그때 영숙이 누나가 앞으로 나서면 열심히 해보자고 한다. 미숙이누나나 용미누나도 병원을 살리자고 한다. 장내에 해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된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되었다. 이선생님 덕분에 어려운 문제가 해결되었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동요하지 않는다면.........환자들도 곧 예전처럼 우리 병원을 믿고 찾을 것이다.



“여러분.........나이도 어린 제가 건방진 말씀을 드려 죄송합니다. 그래요. 병원은 여러분의 겁니다. 여러분이 살려주세요. 그럼 저나 우리 엄마도 여러분을 위해..........병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거 욕먹어 가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건 아니야.”



의사한명이 아직도 불만이 있는 모양이다. 나는 잠깐 동안 의사를 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저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죠.......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하죠. 아버지가 언제 돌아오실지 모르겠지만.......그전까지는 팀제로 병원을 운영해 보는 겁니다.”

“팀제?........그게 무슨 말이지.”

“간단합니다. 우리 병원을 아버지가 돌아오시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팀제로 운영하는 겁니다. 즉 외과팀, 내과팀, 성형외과팀, 산부인과팀 등으로 팀을 구성합니다. 물론 팀에 속하지 못하는 관리직들은 열외로 합니다. 그럼 팀제로 하면 여러분에게 무슨 이익이 있느냐? 이것이 궁금하시겠죠. 월말에 병원 회계장부를 여러분께 공개하겠습니다. 그럼 병원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여러분이 올린 성과가 얼마든지 공개될 겁니다.”

“.................”

“월말에 회계결과가 나오면 병원 운영비를 제외한 이익 중에서 60%를 각 팀의 성과에 따라 배분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이것은 이익이 발생했을 때의 이야기며 이익이 아니라 손실을 보면 그것역시 여러분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여러분은 각 팀별로 개인병원을 운영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그런데 이익의 60%라고 했는데 나머지 40%는 어디에 쓰이는 거지? 그건 너희 모자가 다 가져갔다는 건가?”

“아닙니다. 일단 10%는 팀에서 소외된 관리직들에게 배분합니다. 같이 고생했으니 당연히 성과도 나누어 가져야죠. 그리고 엄마와 저도 먹고 살아야하니 기본적으로 월 500만원을 가져가겠습니다. 임대료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겁니다. 그 외 30%의 이익금 중 15%도 저희들이 가져가겠습니다. 그 정도는 여러분도 양해해 주실 것으로 믿으며.........나머지 15%는 병원 개선비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예비비로 저축하겠습니다. 제 제안에 이의가 있는 분은 지금 말씀하세요.”



의사들이나 간호사들은 나의 획기적인 제안을 듣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자신들에게 손해는 아닐 것이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한동안 웅성거리더니 모두 나의 의견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열심히만 하면 자신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는데 반대한 이유가 없지 않는가? 이제 병원이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의사나 간호사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병원을 운영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모두 찬성하자 사람들을 각자의 일터로 돌려보냈다. 이제 실내에는 엄마와 나만 남게 되었다.



“엄마도 제가 제안한 것에 불만 없죠.”

“500만원과 15%라면 너무 적지 않아..........병원은 우리 병원이잖아.”

“엄마도 돌아가는 상황을 보셨죠. 의사나 간호사들은 일도 못하고 있고, 환자들을 병원을 떠나려하고 있어요. 이대로 두면 병원이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에요. 병원이 망하는 것보다 우리가 조금 가져가는 편이 좋아요. 저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 주어야 하잖아요. 막말로 병원은 우리 병원이니까 정상화만 된다면 나중에 시스템은 변경할 수 있습니다.”

“그래.........지금은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구나.”

“잘 생각하셨어요. 우린 병원만 지키면 되요.”

“알았어. 태자가 그렇게 결정했으면 됐어.”

“자.........그럼. 이제 엄마는 돌아가세요.”

“같이 안가? 또 어딜 가려는 거야.”

“이선생님과 할말이 있어요. 늦지는 않을 것이니 먼저 돌아가세요.”

“아............알았어. 너무 늦으면 안돼.”

“예~ 늦지 않을게요.”



나는 엄마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이선생님의 방으로 찾아갔다.



“어서와. 안 그래도 널 부르려고 했어.”

“좀 전에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설득시키기 힘들었을 겁니다.”

“무슨 소리야. 태자 말처럼 병원은 우리 병원이야. 우리가 지켜야지. 참~ 네가 제안하거 말이야.........정말 획기적인 제안이야. 병원이 그렇게만 운영된다면 다들 자기 병원처럼 생각하고 의욕적으로 일할거야. 이런 풍파쯤은 가볍게 넘어갈 수 있어.”

“다들 만족하시는 모양이죠. 다행입니다. 그건 그렇고...............유전자검사는 어떻게 됐어요. 결과가 나왔나요.”



이선생은 잠시 말없이 나를 지켜보다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어...........어떻게 됐어요. 정말 우리 엄마에요.”

“태자야..........놀라면 안돼”

“예~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놀라지 않습니다. 대충은 예상하고 있으니까요?”

“...........너의 친모가 확실해.”

“저..........정말이에요.”

“검사결과가 그렇게 나왔어. 역시 예상대로다.”



나는 귀가 멍해지고 머릿속에 텅 비어버린 느낌이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친모라는 것이 사실로 확인되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친모일지도 모른다.’와 ‘친모가 확실해’라는 말은 완전히 틀린 말이다. 하나는 가정이고........하나는 결과다. 가정과 결과는 다르다. 하나는 그럴지도 모른 다른 것이고 하나는 그렇다는 것이다. 누나가 진짜 친모로 확인되니 정신이 없다.



“태자야.........태자야. 정신차례”

“아예~ 휴~ 누나가 친모라. 그렇군요. 그래서 누나가 그렇게 정답고 살갑게 느껴졌던 거군요.”

“충격이 크겠지만..........진정하고 앞으로 일에 대해 생각해봐~”

“선생님.......이 사실을 또 누가 알고 있죠.”

“너와 나밖에 몰라. 아무에도 말하지 않았거든.”

“부탁이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비밀로 해 주세요.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됩니다.”

“최소한 친모에게는 말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녀도 네가 친자라는 사실을 알면 기뻐할 거야.”

“제가 할게요. 때가 되면........제가 말씀드릴게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누나.........아니 이제 어머니라고 해야겠군요. 어머니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해요. 어쩌면 그게 어머니에게는 좋을 수도 있어요. 아름다운 기억이 아니잖아요. 저는 어머니의 괴롭고 힘들었던 기억을 굳이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아요.”

“과거를 잃어버릴 삶이 행복할까? 아들을 겉에 두고도 아들인지 모르는 것이 행복할까?”

“어머니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세요. 그 행복을 깨트리고 싶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봐...........그녀도 기뻐할 거야. 아무리 고통스러운 과거라도.........태자가 겉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을까?”

“제가 합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시더라도.........제가 자식으로...........어머니의 아들로 충분히 행복하게 해 드릴 겁니다.”

“널 모르는데..........자식인지도 모르는데 그게 가능해.”

“가능해요. 아니 가능하게 만들 겁니다. 그게 어머니를 위하는 길입니다.”

“휴~ 그래!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태자는 똑똑한 아이이니 잘 알아서 할 거야.”

“이선생님께는 여러 가지로 감사해요.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는 무슨.........나도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너희 모자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야.”

“잘 알겠습니다. 이제 그만 일어나야겠네요. 참~ 일어나기 전에 한 가지 더 부탁드릴게요.”

“무슨 부탁이지.”

“선생님이 팀을 구성해 주세요. 저 병원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알았다. 다른 선생들과 상의해서 팀을 구성하면 너에게 알려주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나는 선생에게 인사를 하고 아버지의 방으로 돌아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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