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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와 나의 에뛰드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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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995회 작성일 20-01-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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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와 나의 에뛰드 1





작은누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형이 도망가고 형수가 도망가고 큰누나가 도망갔다. 그리고 작은누나는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아 날 애처롭게 바라보며 말했다.



"준식아 제발... 응? 아빠한테 해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



난 그 애처로운 눈길에 그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러자 작은누나는 입이 쭉 찢어지며 되게 좋아했다.



"자 일루와."



작은누나는 날 내방으로 데려갔다. 내가 마치 사형집행을 앞둔 사형수처럼 자세를 바로하고 결연한 표정을 한 채 양반다리로 앉아 기다리자 작은누나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작은누나의 손에는 가위가 들려있었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쳇 어짜피 고등학생이라 스포츠머린데 빵꾸가 나면 좀 어때."



작은누나가 내 목 아래로 넓은 보자기처럼 생긴 천을 감싸 덮고는 내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서걱."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내 머리카락을 한웅큼 잡아 잡아당기며 머리카락을 잘라나간다. 머리모양이야 어떻게 되든 일단 그 머리카락이 가볍게 당겨져서 두피를 자극하는 느낌이나. 가위가 내 머리카락을 잘라나가는 감촉이 기분좋았다.



작은누나는 지금 미용사가 되기 위해 미용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리고 연습을 위해 날 실습교재로 삼은 것이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감촉이 좋은 것도 10분 20분이지 작은누나는 내 머리카락을 자르기 시작하여 40분이 넘도록 끙끙대며 가위질을 하고 있었다. 난 온몸에 쥐가 날듯 꼰지가 나며 마치 고문당하는 느낌이었다. 난 수행하는 도사처럼 길게 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참자... 참자... 작은누나가 기뻐하고 있다. 작은누나가 즐거워하는데... 이정도 도움도 못되어 준다면 어찌 동생이라 할 수 있으리. 또 한번 잘린 머리카락은 금방자라나는 것이 아니니 지금 한번만 참으면 앞으로 한동안은 이고생을 안하리라."



우리집 식구 중에서 나와 작은누나는 일종의 동류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만의 생각일까? 형과 큰누나는 아빠의 아이이고, 나와 작은누나는 엄마의 아이라고 생각한다. 아, 물론 우리 네 남매는 친남매간이다. 내 말은 단지 형과 큰누나는 아버지를 닮았고 나와 작은누나는 어머니를 닮았다는 말이다.



아버지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수재이시다. 모든 학과 과정을 엘리트 코스를 밟아 지금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중이시다. 아버지의 명석한 두뇌를 이어받은 것은 형과 큰누나이다. 형의 이름은 김준휘, 스물 아홉살로 작년에 개인치과병원을 개업하며 결혼했다. 큰누나는 김다희, 스물 여섯, 현재 패션디자이너다.



어머니는 정열적인 분이셨다. 젊으셨을 때 잠깐 피아니스트겸 작곡가를 지망하셨는데 피아니스트로도, 작곡가로도 성공하지는 못하셨다. 여기 저기 레스토랑같은데서 피아노를 치시며 사시다가 아버지를 만나서 결혼했다.



결혼 후에도 어머니는 피아노와 작곡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하셨고 그로인해 가정일에 소홀하셨나보다. 아버지와 부부싸움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피아노를 포기하셨다. 피아노를 포기하시는 대신 술을 가까이하게 되셨다. 결국 집안 식구들이 어머니의 상태의 심각성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어머니는 알콜중독이었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어머니는 자살하셨다.



작은누나의 이름은 김가영. 스물하나. 작년에 재수에 실패하고 대학을 가려는 꿈을 접었다. 지금은 미용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형과, 큰누나가 명석한 두뇌로 항상 전교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였는데 비해 작은누나는 성적이 거의 바닥을 기었다.



작은누나는 초등학교까지는 집안의 자랑거리였다. 엄마를 닮아서 피아노에 소질이 있었던 것이다. 바이엘, 체르니30, 체르니40, 하논, 모짜르트, 베토벤,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일련의 피아노 습득 속도가 보통 아이들보다 세배는 빨랐다.



하지만 아버지는 작은누나가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피아노를 그만두기를 원했다. 하지만 작은누나는 고집을 부려 피아노를 포기하지 않았다.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 때까지 피아노에 매달렸다.



"음대는 안돼!"



아버지와 작은누나가 며칠을 두고 울고불고 싸웠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알콜 중독이 되고 난 뒤 피아노를 혐오했으며 어머니가 자살하신 뒤로는 피아노 건반 소리만 들어도 버럭 화를 내셨던 것이다.



작은누나의 성적으로 갈 대학은 없었다. 작은누나는 대학을 포기했다. 피아노도 포기했고.



내이름은 김준식 지금 열아홉, 고3이다. 성적은 바닥을 기고 있다. 집에서는 이미 나를 재수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재수를 한다고 내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나에게도 소질이 있다면 그림이다. 난 일요일마다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가서 그림을 그린다. 초상화를 그려주고 용돈을 번다. 그것이 내 삶에서 가장 즐거운 부분이다.



난 미대에 가고 싶다. 하지만 아버지는 음대나 미대나 일종의 예능계 쪽으로 아이들이 나가는 것에 대해 질색을 한다. 아마도 어머니에 대한 기억 때문이리라. 난 그것을 이해하면서도 아버지에 대해 섭섭하고 약간은 원망의 마음도 가지고 있다. 왜 그림을 그리면 나중에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실까.



난 피아노를 포기하게 된 작은누나를 정말 불쌍하게 생각한다. 뭐 사람이라는 것이 전부 자기가 하고싶은 것을 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준식아. 다... 됐다."



드디어 끝났다. 작은누나의 이발실습이. 난 작은누나가 비춰주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펴보았다. 그런대로 괜찮다. 하긴 근 50분 가까이 공들여 자른 머리가 빵구가 나선 곤란하지.



"음... 제법인데 누나?"



"그래? 시간이 좀 걸렸지?"



"응."



"킥킥 이리와 내가 머리 감겨줄께."



누나는 내 머리에서 머리카락 부스러기가 떨어지지 않게 수건으로 내 머리를 감싸고 화장실로 데려갔다.



"여기 누워."



작은누나가 빨래판에 엉덩이를 올려놓고 다리를 펴서 앉더니 날 반듯이 눕혀서 자기 허벅지 위에 내 등을 올려놓고 내 머리를 하수구 쪽으로 빼내었다. 즉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기는 식으로 바로 눕게 한 것이다.



머리카락에 물이 뿌려지고 머리가 골고루 젖어들자 비누를 칠했다. 그리고는 작은누나의 섬세한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 사이 사이를 헤집기 시작하며 머리에 상쾌한 쾌감이 느껴졌다.



"기분좋아?"



"응."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 머리를 감겨준다는 것은.



누나가 내 뒷머리쪽을 감기느라고 허리를 굽히는데 누나의 부풀은 가슴께가 내 얼굴에 눌려졌다.



"읍!..."



푹신한 누나의 가슴도 기분 좋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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