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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의 그녀 - 1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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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75회 작성일 20-01-1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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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요! 거스름돈은 됐어요."





택시로 버스를 추격하는 이 웃기지도 않는 상황은 예닐곱 구역 정도의 버스 정류장을 거쳐 달리는 내내



계속되었다. 택시의 앞창문 너머로 계속 그 버스를 주시하고 있던 나는 유경 누나가 버스 뒷문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이자마자 급히 택시를 세우고는 기사 아저씨에게 지갑에서 꺼낸 만원짜리 한장을



통째로 던져주었다.





공교롭게도 그 만원짜리 지폐는 아까 미용실에서 유경 누나에게 내밀었을 때 그녀가 필요한데 쓰라며



내게 돌려준 바로 그 돈이었다. 그녀의 호의로 절약하게 된 돈을 그녀를 뒤쫓는데다 쓰게 된 셈이다.



참 얄궂은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학생, 통이 크구먼!"





잽싸게 택시 문을 닫고 뛰어가는 내 등 뒤로 기사 아저씨의 말 한마디가 들렸다.



쳇, 횡재해서 좋으시겠수.





난 버스에서 내린 그녀가 길거리의 사람들이 이루는 인파 속에서 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고



재빨리 그 뒤를 쫓아갔다. 그 와중에 시선은 이리저리 돌려가며 아까 그녀를 따라 버스에 올랐던 그 사내를



찾는데 집중했다.





"역시!"





내 감각과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버스에서 유경 누나를 따라 내렸음이 분명한 그 수상쩍은 사내는



그녀에게서 몇 미터 정도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녀의 뒤를 은밀히 쫓아가고 있었다.



물론 길거리의 사람들이 워낙 많은 탓에 누가 보더라도 그 꼴이 단순히 길을 지나가는 행인으로만 보이겠지



누군가를 미행하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난 유경 누나는 물론 그 사내보다도 더 뒤에서 그들을 따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몇분 정도 걸어본 결과 그 사내가



유경 누나를 미행하고 있음을 백 퍼센트 확신하게 되었다.



그녀가 길 모퉁이를 돈다거나 신호등을 건널 때에도 어김없이 똑같은 방향으로 걸음을 꺾는 것은 물론이고



뒤에서 그것을 주시하고 있던 나로서는 그 사내가 그녀에게 계속 시선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간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생각대로였어... 그 개새끼."





난 아까 미용실 안에서의 그 날카로운 째진 눈의 남자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그 남자와 지금 유경 누나를 미행하는 저 사내는 다른 인물이다. 그렇다면 일종의 한패라는 소리다.



아마도 아까 내가 얼핏 들었던 그 남자의 통화내용에서 그가 핸드폰을 통해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리던



그 통화의 상대가 지금 그녀를 미행하고 있는 저 사내일 것이라는 내 짐작에 나는 전재산을 걸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째진 눈의 남자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그가 누군지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가 저 사내에게 지시를 내려 유경 누나를 미행하게 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해진 것 같다.



난 이름도 모를 그 남자에게 한바탕 속으로 욕을 퍼부으며 계속해서 유경 누나와, 그리고 그 뒤를 미행하는



그 사내의 뒤를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처럼 따라붙었다.





























유경 누나의 행보에 따라 그 사내가 걸음을 옮기고, 나는 또 그 뒤를 따라 바짝 따라붙는 아까보다



더욱 우스꽝스러운 추격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추격은 거의 20 분 정도의 시간 동안이나 이어지다가



그녀가 복합 상가로 근처의 작은 빌라 입구로 들어가버리고 나서야 끝을 맺게 되었다.



난 그리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아담한 빌라를 올려다보았다.





"여기가 유경 누나의 집인가?"





하지만 그녀의 집이 어딘지 알게 되었다는 감격 따위에 도취되어 있을 상황은 결코 아니었다.



난 빌라 근처의 복합 상가로 벽에 몸을 기대고는 전단지 따위를 읽는 척 하며 그녀를 미행하던 사내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했다. 그녀가 빌라 입구로 들어가버리자 그 사내 또한 걸음을 멈추고는 잠깐 그 빌라를 살펴보는 듯



하더니, 그는 곧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꽤 멀찍이 떨어진 상가로 안에서 그 모습을 보고있던 나에게는 통화 내용이 들릴 턱이 없었지만,



나는 조금도 의심할 여지없이 지금 저 사내가 자신에게 지시를 내린 그 째진 눈의 남자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이건 사정만 알고있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젠장, 빌어먹을,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대체 뭘 해야하는거야?"





물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핸드폰을 열고 112 를 누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경찰서에 전화해서 대체 뭐라고 해야한단 말인가?



지금 어떤 수상한 남자가 아는 누나를 미행하고 있는 것 같으니 와서 잡아가주세요?





"제길, 나 같아도 어이가 없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엿같은 상황.



나는 그저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계속 그 사내만 조심스럽게 응시할 뿐이었다.



아무 대책이 없으니 일단은 상황이라도 계속 주시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여유로운 생각 따위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도 곧 깨달아야했다.





- 부웅... 끼익!





그 사내가 핸드폰으로 통화를 한지 고작 10 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길목 저편에서 차량의 헤드라이트 한쌍이 빛을 발하며 빌라 앞으로 미끄러지듯 다가와 멈추어섰다.



슬슬 저녁 노을이 저물고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검은색 차량에서 내리는 남자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누구인지는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놈이다!"





그 째진 눈의 재수없는 남자.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나는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



아까 미용실 안에서 보았던 것하고 옷 차림새가 똑같았으니까.





"역시 한패였어, 저 새끼들... 근데, 도대체 뭘 어쩌려고 유경 누나를 미행한거야?"





일단 저 둘이 한 패거리라는 사실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저 놈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유경 누나의 집까지 그녀를 미행한걸까.





"설마 말도 안되는 짓이라도 저지르려는 건 아니겠지?"





머릿 속에서 온갖 이상하고 불안한 잡생각들이 떠올라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그래,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설마 그런 어처구니없는 놈들이 있을려구...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차에서 내린 그 째진 눈의 남자는 유경 누나를 미행한 사내에게



가까이 다가가 서로 몇마디 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짧은 몇마디의 대화를 주고받은 후 두 남자는



아까 그녀가 들어섰던 빌라의 입구로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걸음을 옮겼다.





"미친!"





두 사내는 그렇게 그녀의 빌라 안으로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그 오싹하고 불안하기 짝이없는 광경에 나는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있는 힘껏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나 또한 그 빌라의 입구로 정신없이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



























- 끼익...



2 층에 위치한 자신의 집 현관을 열고 신발장으로 들어선 유경은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신발장의 전등을 켰다.



희미한 형광등의 불빛 아래 드러난 신발장을 살펴보던 유경은 아직 윤아가 집에 오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아직 안 왔네... 하긴, 학교에 있을 시간이지..."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유경은 지금 이 순간 윤아가 집에 없다는 사실이 어쩐지 아쉬웠다.



이렇게 기분이 우울하고 불안할때 집에 쓸쓸하게 혼자 있어야 한다는 것이 못내 꺼림칙했던 것이다.



유경은 조그마한 한숨을 쉬며 신발장에 하이힐을 벗고는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아늑하고 포근한 자신과 윤아의 집.



하지만 지금 유경의 마음 상태를 대변하듯 어두컴컴한 집 안의 모습은 어쩐지 불길한 느낌까지 들게할 정도로



을씨년스러웠다.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자신의 방에 들어서며 가장 먼저 전등부터 켰건만



마음 구석구석을 가득 메우고 있는 끈적끈적한 기분 나쁜 느낌은 조금도 떨어져나가지 않았다.





불현듯 머릿 속으로 그 남자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간다.



뱀처럼 찢어진 눈 꼬리.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음흉하고 저열한 그 능글맞은 웃음...



과거에도 그랬 듯...!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은 그 끔찍하고 잔인한 웃음...





유경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지긋이 깨물며 손을 꼭 움켜쥐었다.



불안하다. 초조하다. 혼자 있고 싶지 않다...





그녀는 아무래도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핸드폰을 집어들고는 곧바로 1번을 꾹 눌렀다.



그러자 즉시 윤아의 핸드폰 번호가 액정에 뜨며 통화음이 연결되었다.



몇 번의 통화음이 울리는 것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그녀는 다행스럽게도 얼마 지나지않아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동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보세요?]



"윤아야, 나야."



[어? 언니, 무슨 일이야?]



"응.. 지금 어디니?"



[나? 지금 집에 가는 중인데, 왜 그래?]



"으음, 학교에 있을 시간 아냐?"



[헤헤, 언니 내가 야자하는거 봤어?]





방학 중 야간자율학습은 자율적인 것이긴 했지만 보통은 다들 알아서 학교에 남는 반면 윤아는 공부에



시간을 쓰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는듯 싶었다.



오늘도 야자를 땡땡이쳤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동생의 목소리에 유경은 평소같으면 한숨을 쉬며



한소리 꺼냈을 테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동생의 귀여운 웃음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윤아가 지금 집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모르게 너무나 안심이 된 나머지



그녀는 자신의 동생이 야자를 튀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그럼 빨리와. 나 지금 집이야."



[어? 언니야말로 지금 일하고 있을 시간이잖아.]



"응, 그냥 오늘 조금 일찍 퇴근했어... 집에 오는데 오래 안걸리지?"



[그렇긴 한데... 언니, 무슨 일있어? 어디 아퍼?]





수화기 너머에서 걱정하는 듯한 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유경은 옅은 웃음을 지었다.





"아냐. 괜찮아. 그냥 혼자 있기가 좀 쓸쓸해서 그래."



[으응. 알았어. 얼른 갈게, 조금만 기다려.]



"그래, 조심해서 와.. 뛰어오다 넘어지지 말구."



[헤, 걱정도 팔자셔.]





그렇게 윤아와의 통화가 끊나고 유경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일단 얼마 안있으면 동생이 집에 올테니 그러고나면 기분이 좀 나아질거라 생각했다.



둘이 있다보면 이 끈적끈적하고 불길한 마음과 그 남자에 대한 기억 또한 떨쳐낼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 남자가 또 찾아온다면."





유경은 입술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꼭 깨물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지긋지긋하다... 끝까지 자신을 괴롭히는 그 남자의 존재가.



자신의 인생을 망치려한 주제에 뻔뻔스럽게도 계속 나타나 끊임없이 그 소름끼치는 웃음을 짓는



그 남자가 너무나 경멸스럽다!





유경은 도리질을 치며 애써 머릿 속에서 그 남자의 모습을 지웠다.



어쩐지 이대로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려니 마음이 꽉 막힌듯 답답했다.



그녀는 내려놓았던 핸드폰을 들고는 다시 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아야, 내가 마중나갈게. 상가로 길목 앞으로..."





가만히 있기가 답답했던 유경은 윤아를 마중나가기로 하고 벗어놓았던 하이힐을 다시 신었다.



바람도 좀 쐬고 싶었고, 이 쓸쓸한 집 안에서 혼자 있기도 싫었다.



가만히 있으면 자꾸만 그 남자의 얼굴이 원치 않아도 계속 떠오를테니까.





- 철컥.





"...응?"





유경은 현관문을 열고나가기 위해 손잡이에 손을 대었다.



그런데... 무슨 조화인지 이상하게도 그녀가 힘을 주어 돌리지 않았음에도 손잡이에서 소리가 한차례 울렸다.



유경은 고개를 갸웃하며 손잡이에 재차 손을 대고는 현관문을 밀었다.





- 끼익!





하지만 황당하게도, 현관 문을 열어젖힌 힘은 그녀가 밀어낸 힘이 아니라 바깥 쪽에서 끌어당긴 힘이었다.



바깥에서 끌어당긴 그 힘에 손잡이를 잡고있던 자신의 몸까지 강제로 끌려나와버린 유경은 순간 당황해서



눈을 크게뜨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유경의 표정이 쩍 굳어져버렸다.



현관문 밖에는, 자신의 눈 앞에는...





"큭큭, 직접 문까지 열어주고 친절해서 좋은걸?"





눈 앞에는 다름아닌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나 머릿 속에서 떨쳐버리려고 노력했던 바로 그 남자가...



언제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 모습 그대로, 뱀처럼 음흉한 웃음을 지은 채



실제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런 데서 살고있었던거야? 후후."



"너... 어떻게..."





유경의 맑은 눈동자가 잔잔한 호수 위에 돌을 던진듯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미처 경악을 느낄 틈도 없이, 그 남자는 턱으로 고갯짓을 한번 했다.





"...읍!? 읍!"





동시에 유경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다른 사내가 뒤에서 순식간에 나타나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유경에게는 절망적인 일이겠지만, 그 남자는 혼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모처럼 집도 알았겠다, 기념으로 집 구경 좀 해볼까? 흐흐."





입을 틀어막힌 유경은 그 와중에도 자신을 내려다보며 소름끼치게 웃는 남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포와 두려움이 순식간에 마음 속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뒤에서는 누군지 모를



그 다른 한명의 사내가 자신의 입을 억센 손으로 단단히 틀어막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다시 집 안으로 잡아끄는 그 사내의 행동에 끝내 아무런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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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모두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고 계신가요? ^^



부디 편안하고 즐거운 연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





11부가 되었음에도 성관계가 나오지 않는 이 느린 진행속도에 답답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으실거에요.



그렇지만 어설프게 관계를 넣어 흐름을 망치는 것보단 시간이 좀 오래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자연스런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고, 또 저의 글실력이 워낙 부족해서 스피드한 전개를 펴지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래도 답답하시더라도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시면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ㅠ.ㅠ



사실 처음 1부를 쓸때부터 대강의 라인을 다 잡아놓고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억지로 관계씬을 넣어볼만한



틈을 찾기는 힘드네요... 부디 이해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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