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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렉스 - 1부 3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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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12회 작성일 20-01-1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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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건?>















"......으...음...."







미약한 신음이지만, 기분 좋은 단잠에 빠졌다가, 이내 깨어나는 듯한, 기분 좋게 들리는 신음이다.







".............."







여자는 천장을 멍히 바라보다가, 눈꺼풀을 열어젖히길 몇번 반복한 후, 고개를 슬며시 돌려본다.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눈매가 어렴풋이 떨린다.







그녀는 입술을 열진 않고, 속으로 말한다.







"...수.....밤새 있어준거야?"







컴퓨터 앞의 의자에 앉은 채, 팔짱을 낀채, 눈을 감고 조용히 침묵에 빠져 있는 그이다.









꽤나 늦게 잠든 듯,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일체의 미동이 없는 그를 보고 있으니, 결코 불러서도, 만져서도 안될 것만 같다고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







꼴깍









그녀는 침을 삼킨다. 약간의 갈증을 느낀다. 자신은 아침에 눈을 뜨면 곧잘 물을 마시면서 일과를 시작하곤 한다.





그런데...지금은...움직이질 않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다.







"...역전력인가 지금의 이것도?"







아마 그럴 것 같다. 그녀가 지금 가장 바라는 것. 그것이 뭔지 본인조차 확연히 자각할 만큼, 내심이 똑똑히 느껴진다.









수를 깨우기 싫은 것.







혹여라도 그녀가 움직이면, 이불을 걷어내며 조금이나마 움직일라치면 그 작은 소리조차 조용한 안식에 잠겨 있는 그에게 영향을 줄까봐, 저으기 염려가 된다.





잔잔하게 잠겨 있는 물 위엔, 아무리 조그마한 조약돌이 던져지더라도 반드시 파문이 일기 마련이듯이.







강희는 자신의 심장이 또 반응하는것을 어느새 의식해버리고 만다.







두근 두근







눈을 감으면서 강희는 어쩔줄 몰라 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댔나?......이리도 주체를 못하다니....한심하기 그지없네 나도..."







한심하다고 그렇게 자책을 하면서도, 입가에 쓴웃음이 지어지지 않는 것은, 수의 힘일까?







그렇게 잠시 눈감은채 생각에 잠겨 있는데, 싱그러운 웃음을 머금은 목소리가 귓전을 조용히 자극한다.







"도로 눈감아줄 필요는 없었는데.....아침부터 감동먹어버렸잖아? 훗...."







"...어?"







강희는 놀라서 눈을 떴다. 어느새 팔짱을 풀어낸 후 일어서서 침대에 누운 자신을 내려다보며 시선을 주는 그가 보인다.







"...어...언제 깬거야?"







더듬거리며 말하는 그녀가 귀여워보이는지, 그는 큭큭거리다 말했다.







"자진 않았어. 눈만 감고 있었지. 그리고 설령 잠들었었더라도...."







"......?"







수는 피식 웃더니 마저 말해준다.







"화음이 맞아들어가야 뭐가 되도 되지. 장단이 말이야"







"....무슨 소리야?"







여전히 이해 못하고 있는 강희. 수는 그저 웃을 따름이다.







"그렇게 심장소리가 힘차서야.....두쿵 두쿵!! 쿵덕 쿵덕!!"









"!!"







강희는 입술을 깨물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수는, 강희에게 무안을 주려 한게 아니라 농담을 했을 뿐인데 그녀가 그래버리자 약간 당황한 듯.









"어..어이?"









"...시...시끄러 바보야. 세심한줄 알았더니 짓궃기가 아주 그냥...."









"응? 뭐가?"









수는 정말 모르는 듯 연신 어리둥절해한다. 강희는 속으로 허-!! 하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수는 정말...너무 어려워!!"









강희는 잠시 그렇게, 애꿏은 입술만 잘근거리다가, 이내 한숨을 쉬곤 수에게 시선을 준다.









"...몇시?"







수는 어깨를 으쓱 하며 말해줬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그럭저럭 등교에 지각은 안할걸"







등교니 지각이니 하는 말이 귀에 들리자, 강희는 문득 궁금해지는게 있어, 수에게 물었다.







"넌 어느 학교야?"







수는 멀뚱거리며 강희를 보다가, 큭큭대더니 말했다.







"난 학교 안다니는데?"







"뭐? 어째서?"







수는 장난스런 웃음을 또 짓는다. 참 자주도 웃는 얼굴이다.







"큭. 나중에 말해줄게"







강희는 인상을 찌푸렸다.







"넌 나중에가 왜 이리 많아? 성도 안알려주고. 학교도...완전 베일에 똘똘 말려있잖아?"







수는 억울하단 표정이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두번= 아주 많다 가 된거지? 나중에 가르쳐준다고 한 소리. 지금까지 해서 겨우 두번째인거 알어? 그런데 왜 이리 많냐니?"







강희는 고개를 저으면서 속으로 절망했다.







"...이녀석은...말빨로는 죽어도 못이기겠네..."







또 나오고 마는 한숨. 언제부터 자신이 한숨이 이렇게 많아진건지...









그런데......









강희는 머리카락을 매만지다가 문득 깨달아지는것이 있어 정말, 그녀답지 않은 행동을 했다.







"...억!!"







목에 가시라도 걸린건지, 설령 걸렸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을 육체를 가진 그녀일진데, 이리도 어이없는 소리를 순식간에 내버리고 만 그녀이다.







수는, 강희가 갑자기 황당하게 보일정도로 변한 모습을 보이자, 그도 덩달아 당황했다. 그 역시도 어지간해선 당황이라는것을 모르고 사는 인간인데...







"...야? 야. 왜그래? 갑자기 왜 사색이야? 응? 숙제 안해놓은거라도 있냐?"







강희는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덜덜덜 하고 사시나무 떨듯 할 뿐이다.







그녀는 연신 떨면서, 아닐거야...아냐.. 해댈뿐이다.







수는 강희의 상태가 아무래도 위중해 보이자, 그녀의 마음을 가라앉혀주려고 손을 뻗으려던 참이었다. 왠지 모르지만, 엄청 불안해하는 듯한 마이너스 에너지가 순식간에 그녀를 뒤덮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쾅쾅!!









"강~희야~ 학~교 가~자!! 일어나 잠꾸러기~!!"







왠 미성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현관문이 두드려지는건 순간의 일이었다. 비록 목소리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음성의 주인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보통은 넘을듯하다는 느낌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하지만...목소리가 예쁘건 말건, 그 목소리를 들은 한 사람은, 이내 패닉에 이른, 흡사 정신적 공황에 휩싸인 상태로 들어갔다. 나머지 한명은, 여자가 그런 상태에 빠지자 덩달아서 더더욱 당황해버리고 말았고.







강희는 수가 자신의 어깨에 손을 대는걸 얼른 뿌리치고선 이불로 몸을 가리면서, 아니, 거의 이불이 자신을 집어삼켜주길 바라는지 꼭꼭 숨어들어가듯 잠식해버리면서, 덜덜 떨며 그에게 말했다.







"너...너 문 잠궜어 안잠궜어?"







"어? 어?"







"잠궜어 안잠궜어?!"







낮은 음성이지만 뾰족해진다.







"아..안잠궜는데?"







"빠..빨리 가서 잠궈!! 난 몸상태가 이래서 쟤가 볼지도 모른단말야!"







수는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야..난? 나는?"









"잔말 말고 빨리 가 잠궈!! 이러고 있는 틈에 쟤가 문열면 어쩌려고!.... 아...유정이가 이걸 알면 아마 평생 놀릴거야 날....흐으...."







강희가 계속 뾰족스런 어투로 쫑알대다가 거의 절망적인 어조로 또다시 돌변하자, 수는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문가쪽으로 갔다.







그때.









"에구...역시 또 들어가야되는거야 내가? 그래...넌 흔들어야 깨나드라 꼭. 알았어 알았어. 에휴.."







"!! 아..안..."







"!!"







끼이이...







모든건 순식간이었다.







"......누구...세요?"







문 잠그러 다가갔다가, 순간적으로, 그새 현관의 문을 열고 강희의 자취방 안에 들어온 한명의 여학생. 그녀는 자신의 시야 앞을 메우는 왠 남자를 보고 저도 모르게 그런 질문을 할수밖에 없었다.







".......어....흠...."







수는 그답지 않게 잠시 정체된 모습을 보이다가, 한손으로 입과 코를 덮으며 연신 흠흠거리기만 할뿐이었다.







"............."







유정은 잠시 그를 얼빠진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눈동자를 약간 움직여본다. 그러자 보인다. 침대에 있는, 이불로 몸을 감싼채 자신보다 더더욱 얼빠진 표정으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친구가.





친구의 표정은 절망감에 파묻힌듯해 보였지만, 놀라기는 지금 유정도 무척이나 놀란 중이었다.







유정은 안다. 강희는 항상 나신으로 잔다는 것을. 지금도 그래 보이고. 이불만 보아도 여체의 굴곡이 완연히 느껴지는 저 모습.







빛과 어둠이 있는 한, 명암이라는것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그녀가 만화부 서클의 회장인 한, 결코 일체의 거짓도 없이, 절대로 잘못 보았다고 생각할 필요조차 없이, 확연된 어조로 말할 수 있다. 침대 위에서, 이불로 몸을 감싸고 있는, 자신의 절친한 저 친구는, 나체라는 것을.









".............."







유정의 머릿속이 정신없이 돌아가면서, 점점 하얘져가기 시작한다.







강희의 얼굴. 당황한 얼굴.







강희의 몸. 나신.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 몸에 뱅뱅 감아돌려놓고 있는 이불.







단순히 몸을 가리려는 의도 이상의 것으로 의심의 여지 충분.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한명의 존재.







남성. 한명의 남자.









"......아.....하.....!....."







유정의 눈동자가 점점 트이고 입이 더할나위 없이 벌어지며 두 손이 입가로 다가간다. 기함이라도 터져나올까봐 막으려는 의도일 것이 분명할진저.







강희는 떠듬거리면서 입가를 열어가지만, 끊임없이 떨리고 있다.









"오....오...해....유...유정아...아냐..아냐. 니가 생각하는 거 ...그것이 아니..라..."









도대체 어떻게 말을 해나가야 할지 몰라 난감하기 그지 없는 강희, 그리고 상황에 놓인 수였다.









하지만....일촉즉발의 이 시추에이션 속에서 기름을 부어줄, 메인을 장식할 이는 따로 있었으니.....









"유정이 누나. 뭐해요? 아직 멀었대요 강희 누나?"







끼익







순간의 음성과 순간의 문 흔들림. 순간적으로 들어선 또 한명의 이.







"!!"







상황이 그쯤 되었을땐 유정조차 당황하여 강희나 수와 한마음되어 절대난감 백퍼센트의 표정으로 화살같이 시선을 배후로 돌렸다.









"진....정..안?"







평소같으면 무섭게 보여지도록 뻗쳐 있을 강희의 양 눈썹이, 처참하게 일그러지는건 그 순간만큼은, 정말 일도 아니었다.







"..............."







진정안은 잠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강희를 한번 시선에 담을땐, 경악의 표정을, 남자를 보았을 땐, 설마 하는 표정을, 마지막으로....유정을 시선에 담았을 땐, 어느 정도 확신이 세워지는듯한 표정을 차례차례로 담아갔다.







진정안은, 강희 조차 주춤할 정도의 모습으로 순식간에 변하며, 남자를 죽일듯한 기세로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뭐죠?.... 이건?"









이 상황이 뭐냐고 묻는것일까. 유정이나 강희를 상대로, <남자= 이거>와 동격선상에 놓고 하는 말일까. 섣불리 짐작이 불가한 말이었다.









강희는 이젠 거의 미치기 직전인듯한 표정이었고, 수는 천장으로 시선을 치켜세우며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고선 조용히 뇌었다.







"....정말....뭐냐...이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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