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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렉스 - 1부 3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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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10회 작성일 20-01-1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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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불가>

















진정안이 화를 내는건 무척이나 드문 일이지만, 그런 모습을 본다는건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만약 보고 싶다면 아주 손쉬운 방법이 한가지 있다.







그건 바로, 강희에게 터치를 시도하면 된다. 그렇게만 해주면 아주 쉽사리 볼수 있을 것이다. 그가 열불 뻗쳐하는 걸. 물론 그 전에, 그 누군가가 강희에게 살아남을수 있을지의 여부가 더더욱 큰 관건이지만...







하지만... 강희의 몸은 물론, 마음까지, 이리도 쉽게 함락시켜버린 남자가 있을줄이야.







한유정은 여전히 충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진정안의 경우는 거의 살기를 품기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남자가 어떤 더러운 수법을 통해, 강희의 몸을 취했을 거라고 지레짐작할수밖에 없었다.









진정안은 강희의 진면목을 아는 자. 힘으로 그녀를 누르고 몸을 강탈하고자 한다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될수밖에 없었고, 그렇다면 차후로 생각해 볼수 있는건 그가 강희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녀 스스로 하여금 옷을 벗게 만들어 서로의 합의를 거쳤다는 가능성을 추론해볼수 있는데, 정안으로선 이 또한 말도 안되는 개소리라고 일축할수밖에 없다.









최강희는 학교의 모든 남학생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여자다. 그건 실로 여러가지 이유가 작용했었다.







강희도 내심은 어쩔수 없는 여자이기에, 알게 모르게 그녀쪽에선 그녀의 겉만이 아닌 안의 아픔까지 이해해주는, 그런 남자를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 이성이 자신의 <완벽한 구속자> 역할까지 해낼수 있는 사람이라면 금상첨화인건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말 그건 꿈 속의 꿈같은 일이라고 생각할수밖에 없었고...







진정안으로선, 남자가 도대체 어디서 솟은 존재인진 모르지만, 지금 이 상황 속에선 첫번째로 언급된, 완력을 통한 방법과 두번째인 서로간의 합의 가능성 중, 어느것도 해당이 없다고 여길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 세번째는, 비겁한 수법을 썼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했을지까지는 모르지만 이 빌어먹을 인간이 강희 누나에게 약을 먹이고, 누나가 혼절한 틈을 타서 재미를 듬뿍 맛보았을 거라고 생각할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정안은 거의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지만, 아직까진 상대도, 강희도 그에게 특별히 뭔가 말을 건게 없기에 일단은 추이를 지켜볼 생각이었다. 그래도 속까지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수 없는 노릇이었다.









"비...빌어먹을... 강희 누나에게 무슨 짓을.....수면제? 마취제? 아냐...혹시...최음제일지도? 그으으....."









이빨을 까드득 갈면서 양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을 해가며 자신을 쳐다보는 진정안을 마주하면서, 수는 정말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잠시 그러고 정안과 대치 중인데, 강희 역시 당황한 음성으로 후배를 불렀다.









"...야. 니가 여기 어쩐 일이야? 유정이는 그렇다 치고...."









유정은 곧잘 자신의 집에 와서 종종 같이 등교를 하곤 한다. 하지만 진정안이 온건 오늘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강희의 질문에 유정이 대답을 하려 하는데, 진정안이 벌컥 소리를 질렀다.









" 어쩐 일?! 어쩐 일이냐뇨? 누난 제가 온게 불만이에요?! 어쩐 일이냐는 듣기에 따라 <왜 왔냐?> 라고 들릴 수도 있다구요 상대에겐!!"







진정안은 끓어오르는 화를 나름 애써가며 억누르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주체가 안되는 모양이었다.







진정안이 사납게 소리질러대자, 슬슬 강희 역시도 은근히 열이 오르는 듯했지만, 일단 상황이 상황이니까 그녀는 애써 차분한 듯한 표정으로 바꾸곤 적당히 억누른 음성으로 말하려 했다.









"...일단... 다시 말하지만 오해..."

















말을 이어나가려 하는 강희가 보이게 하려는 의도로, 오른팔을 한껏 크게 위아래로 흔들어 보인 수.







그런 그의 동작이 시야에 들어오자, 강희는, 하던 말이 잘렸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입을 다문다.







수는 피식 웃으며 슬쩍 뒤를 보며 그녀에게 시선을 주었다.







"내 잘못도 있어. 문도 안잠궈놓은것도 부주의고. 오해할만한 상황이야 충분히. 내가 해명할께"







말은 강희에게 했지만, 귀가 있다면 그의 음성은 유정과 정안에게 들린 것은 당연한 이치. 두 사람은 수의 목소리를 듣고 상당히 놀랐다.







이 상황 속에서는, 해명을 해야 하는 쪽의 입장에 놓인 사람이 아무래도 다급하기 마련이다. 설령, 만에 하나 정말 죄가 없었을 지언정, 땀 뻘뻘 흘려가면서,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설명을 해가면서 어떻게 해서든 오해를 벗어나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 동안에, 이 남자는 어느 정도 마음을 가라앉힌 것이다.







어떠한 혼전에도 휩싸이지 않는 고요 그 자체인 듯, 수는 피식 웃으며 한유정을 한번 보았다가, 일단 눈앞의 남학생이 급하게 해결해야 할 선과제라고 생각하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뭐 일단...하하. 미안하게 됐어요. 얼마든지 오해할수 있죠. 지금의 이런 상황은. 누구라도. 하지만 분명히 단언하는데...두 분이 생각하는 <그 일>은 없었습니다"







"............."







"............."







진정안도, 한유정도, 눈동자의 떨림이 멈추질 않는다. 아무리 사나운 폭풍이 덮쳐도, 홀로 잔잔함 속에 있을것만 같은 남자였다. 얼핏 들어보면, 전혀 절실함이 비치지도 않고, 아직 아무 근거도 보여주지 않았는데, 그가 그렇게 말함으로서 오히려 더 솔직함이, 진심이 그 두사람의 마음속을 파고들고 있었다.







강희는 뒤에서 수를 바라보며, 그저 감탄하고 말 뿐이다.







"정말...대단해.. 진짜로..."







자신은 어찌해야 할바를 몰라 그저 이불만 더 꽉 끌어안고 있는것밖에 못하는데, 그새에 상황 해결의 핵심을 파고들어가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놀라움의 극치마저 느끼고 있는 그녀였다.







한유정도 여전히 입술을 벌린채 멍한 시선이지만, 진정안은, 진정안의 경우는 거의 당황의 극에 달했을 만큼 격동하고 있었다.







"이...이 사람....진짜다..."







진실이다. 눈앞의 남자는 지금, 표정 하나하나, 쏟아내는 말, 모든것이 진심을 담아 쏟아내고 있다.







진정안은 그 사람의 눈빛을 바라보면, 적어도 그가 가식인지 아닌지를 알아챌수가 있었다.







상대는 전혀 시선을 피하려 하질 않는다. 한점의 조급함도, 당황스러움도 비치지 않는다. 뭔가 찔리는게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표정은 절대 나올수도 없는 법이지만, 만에 하나 연기라고 하더라도......







눈, 적어도 눈을 보면 알수 있다. 딴건 몰라도, 그걸 바라보면 알아챌수 있다.







"....오?...대단한데?....."







정안을 마주보는 남자. 수는 꽤나 흥미가 동하는지, 눈동자를 좀더 틔우고 진정안을 바라본다.







수는 눈치챈 것이다. 진정안이 자신의 말을 단박에 인정해버렸다는것을. 진실이 맞다고 깨우친것을.







지금 자신이 비친 의지는, 상대의 긴장을 한껏 진정시켜주면서, 진실의 음성을 깃들여 이 두사람에게 전한 것.







한유정도 멍해 보이는 얼굴은 절대 아니었지만, 진정안의 경우는 좀전에 자신이 던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은게 틀림없었다.









진정안은 지금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제..제길....진짜잖아 이거..이렇게 되면 화를 낼수가 없잖아. 게다가 뭐야. 이상해. 이 남자...왠지...화를 낼수가 없게 만드는 느낌이야..."







진실을 알아버렸으니 분통을 터뜨릴수가 없다. 더구나, 이상하게 눈앞의 이 남자는, 결코 역정을 낼수가 없게 만든다. 마치...잔잔하게, 부드럽게 가라앉히는 듯한 이 힘..









진정안이 그렇게 고개를 숙이곤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수는 계속 진정안을 찬찬히 바라보다 문득 뭔가에 생각이 미친다.







"....가만...그러고 보니 어디서 들은 이름인데? 진정안이랬나? 진정안...진정안....진...아하~"







수는 공원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강희가 꺼냈었던 이름이다. 진정안이라는 이름. 그러고 보니 무력화가 어쩌니 저쩌니 해댔던 듯도 한데...







".. 능력자인가. 재미있는데?"







슬쩍 웃음지은 후에, 수는 이번엔 유정을 바라본다. 정안은 충격의 늪에 빠져 있었기에, 일단 당분간은 잠잠할 듯해서, 후과제로 놓았던 유정을 마저 해결보기로 한것이다.







"음...그리고 지금부터 조목조목 들어가다 보면, 손쉽게 알수 있죠. 세심하게 파고들면 <증거물> 여부에 따라 이런건 금방 해결을 보니까. 근데...지금 가장 중요한것은 이게 아닐것 같은데요?"









"...가장..중요한...것?"







유정은 수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는 현재, 그 무엇보다도 가장 급한, 현실적 측면을 강조하고자, 이내 입을 재차 열었다.







"학교. 지각하지 말아야죠"







" !!"





유정은 깜짝 놀라며 핸드폰 액정을 열어젖혔다.







" 와앗! 안돼!! 난 아직 지각해본적 없단 말야!!"







현실로 돌아오자 슬프기 그지없는 일이 발생하고 만다. 현실은 역시 가차없다.







유정은, 침대에 있는 강희를 보며 <빨리 옷 입어!!> 하고 외치려 했지만, 저도 모르게 헙- 하면서 두 손으로 간신히 입을 틀어막으며 진정안과 남자를 시선에 담았다.







"아차차......"







유정은 고개 숙이고 있는 정안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울상이었다.







"으....정안이가 완전 좌절모드네? 저래가지곤 지금 부르기도 뭣한데...으....등교.. 지각 ..."







조바심을 내며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는데, 마침내 진정안이 고개를 짓쳐들곤 인상을 쓴다.







딱 봐도 어거지로 쓰는 인상인게 한눈에 보이지만, 그는 오른손가락을 들어 수를 가리켰다.







이대로는 그냥 넘길 수만은 없었던 듯, 마침내 <화를 낼 만한 특정한 명분>을 찾아낸 듯하다.







"요...용서 못해!!"







" ? "





유정도, 강희도, 수도 급돌변의 진정안을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어...어떻게...강희 누나의 알몸을 보고도!! 그렇게 침착할수가!! 돌심장이 아닌 바에야!! 이건 강희 누나의 육체미에 대한 모욕!!...."







빠가각!!







진정안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갑자기 이불덩어리가 순식간에 날아들어 그의 뒷통수를 후려갈겼기 때문이다. 이불덩이가 혜성처럼 다가들어 그를 눕히고 보금자리인 침대 위로 궤도 수정을 마친 후 도로 멀어져 간건 거의 찰나의 순간이었다.







"..........."







털푸덕







진정안은 눈을 까뒤집은채 신음 한번 흘리지 않고 그대로 뻗었다.







"............"







잠시 진정안을, 동정어린 시선으로 내려보던 수와 유정은, 침대 위의 이불덩어리를 마치, <미지의 생명체> 보는듯이, 두려운 시선으로 잠시동안 그렇게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불덩어리가 말을 한다.









"....옷 입을래.."







"...후....."







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 진정안을 업기 시작했다. 유정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수는 약간 서글프게 웃으며 말한다.







"나가서 기다리죠"







"..아..아니..그렇게 할건..."







"괜찮아요. 시간이 없는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꽤 가볍네. 60은 넘으려나?"







정안을 업고 수는 밖으로 그렇게 나가버렸다. 유정은 그렇게, 수와 정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본다.







그새 옷을 다 입은 강희. 정말 빠르기도 하다며 유정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아팠겠다. 정안이."









"......몰라이씨..."









강희는 붉어진 얼굴을 한손으로 가리면서 그렇게 씨근거렸다. 유정은 피식 웃다가 강희의 등뒤로 가 목을 끌어안곤, 강희에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 다~ 불어야~ 됨~"









강희는, 울상지으며, 체념조로 말했다.







"예 주인님...."







키득거리는 유정마저 집 밖으로 잠시 내보낸 후, 방안의 불을 끄다 강희는 문득, 뭔가가 달라져 있다는걸 느꼈다. 아깐 경황이 없어 못 보았지만 지금은....







"...어?...."







침대 위의 베개가 바뀌어져 있었다. 자신이 바꾼 것은 아닌 것, 그렇다면 수가 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왜 바꾸었을까.







"....윽...침흘렸나봐..."







자면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기에 침을 흘렸을까. 수가 자신의 그런 얼굴을 보면서, 베개를 바꾸며 연신 웃음지어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런 것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주는 그의 모습에 다시 한번 고마움이 깊숙히 맘속으로 파고든다.







"...고마워....수."







그렇게 수에 대해 고마워하며 슬쩍 입가에 웃음을 떠올리는데, 진정안이 벌였던 좀전의 모습들이 순간 떠오른다.







".......한살만 더먹지....쳇....."







강희는 투덜대며, 문을 잠그고 나왔다. 나와보니 유정이 방긋방긋 웃어가며 자신을 바라본다. 강희는 또 한숨쉬고 말았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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