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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난 스물다섯 그를 오빠라고 부른다 - 2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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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46회 작성일 20-01-1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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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BOTTOM LINE에서 술 마실 때가 그래도 제일 재미있었지. 그땐 우리도 좀 더 친했던 것 같은데...”





그즈음 내 메신저에는 항상 두 개의 대화창이 나란히 켜져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당연히 그와의 대화창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의 오랜 친구인 준성과의 대화를 위한 메신저 창이었다. 일하는 중간 중간 그가 가끔씩 말을 걸어 주긴 했지만 아쉽게도 대화라 부를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기에, 내 말상대는 주로 그의 친구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모든 걸 아는 그래서 함께 옛 추억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그가 바로 준성이었다. 언제나 한 걸음 뒤에서 보이지 않게 그와 나를 이어주며 그 못지않게 날 아껴주던 준성은 어쩌면 내가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는지 모른다. 예전에도 그랬고 다시 만난 지금도 그를 대신해 낮 시간 내내 언제나 메신저를 켜놓고, 내가하는 모든 말에 일일이 장단을 맞춰주며 때론 옛 추억 속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주는 준성을 나는 언제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정말 흉허물 없이 지냈던 적도 있었다. 그때는 쌍쌍이 어울려 중앙동 허름한 재즈 바에서 늦은 밤까지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젊음에 취해 한 방에서 서로의 벌거벗은 연인과 진한 사랑을 나누면서도 전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우리의 추억 속에 언제나 함께 있었던 그의 친구, 그래서 준성은 마치 그의 그림자처럼 내겐 너무도 친숙한 존재였었다. 나도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결혼식 날 준성과의 하룻밤 잠자리는 내 마음 속에 여전히 부담스러운 짐으로 남아있었고, 한동안 서먹할 수밖에 없었던 관계가 회복된 그즈음에도 준성의 속마음을 확인할 수는 없었기에 마음 한 편에 불편한 앙금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차라리 메신저가 아닌 얼굴을 마주한 자리에서 우리의 감정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 그것이 메신저에서는 차마 내보일 수 없었던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빠 많이 덥죠? 겉옷은 저 주세요. 그런 건 아내가 들고 다니는 거 에요.”





무더웠던 그해 여름이 끝나갈 즈음, 난 이미 그가 바라는 그의 여자로 착실하게 길들여져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 그를 만나던 예전의 그 익숙했던 생활로 돌아온 나는, 서울로 올라올 때면 마치 소풍을 나서듯 자그마한 3단 찬합에 우리가 모텔에서 먹을 과일이며 음료수 등을 싸들고 점심시간에 맞춰 회사 앞에서 그를 기다리곤 했다. 이제 막 임신 4개월, 누가 본다면 남편을 끔찍이도 챙기는 아내라고 생각할 만큼 어느새 난 그의 아내처럼 행동하고 또 그의 아내처럼 말하고 있었다. 아빠와 오빠 사이를 오가던 그에 대한 호칭이 아빠라는 한단어로 모아졌던 것도 그 무렵이었다. 조금은 쑥스러웠던 아빠라는 말조차 그를 내 아이의 유일한 아빠로 받아들이고 나니 너무도 쉽게 나오기 시작했고, 때론 둘만의 공간이 아닌 거리에서도 자연스럽게 그를 아빠라고 부르고 있는 나를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행복감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연하의 그를 오빠라고 부를 땐 누가 쳐다보기만 해도 그리 부끄러웠건만, 아빠라는 말에 살짝 불러있는 내 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때마다 난 조금씩 더 뻔뻔해지고 그만큼 더 당당해지고 있었다. 임신은 날 변화시키고 있었다. 그를 떠올릴 때면 이제 살포시 아랫배를 감싸 안으며 내 안에 잉태된 또 다른 그를 느끼게 된 나, 나는 그의 말처럼 비로써 내가 누구의 아내인지 그리고 누구를 남편으로 섬겨야 하는지 깨달아가기 시작했다. 점점 배가 불러오는 서른한 살의 여자에게 단지 마음으로 아껴주는 남편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임신한 내 몸을 벌거벗겨 두루뭉술하게 변한 허리일망정 와락 감싸안아주는 남자 그리고 파란 실핏줄이 비쳐질 정도로 탱탱하게 커져있는 젖가슴에 입을 맞춰주는 남자, 난 그렇게 임신한 내 몸을 당당하게 사랑해주는 남자의 아내이고 싶었다.





“뭐하고 있어? 빨리 옷 벗지 않고, 둘만 있을 땐 항상 벗고 있으라고 했잖아?”





하지만 그가 바라는 아내는 내가 생각하는 그런 아내의 모습은 아니었다. 스물여섯 아직은 한창 성에 대한 욕구가 많았던 그가 꿈꾸었던 아내는 하나에서 열까지 완전히 그에게 복종하며, 비록 그가 원하는 모든 성적 유희를 공감하진 못한다 해도 아무런 불평 없이 따를 수 있는 그런 여자였다. 그의 아이를 임신한 다섯 살 연상의 유부녀, 어쩌면 난 그가 자신의 아내로 길들이기에 가장 적합한 여자였는지 모른다. 이제는 다시 그를 떠나 남편 뒤로 숨을 수도 없기에 더더욱 마음 놓고 길들일 수 있게 된 내겐 더 이상 존중해줘야 할 인격은 남아있지 않았다. 새하얀 속옷과 함께 벌거벗겨지는 서른한 살 여자의 분홍빛 환상, 애써 그의 아내라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아무런 사랑의 속삭임조차 없이 벌거벗어야 하는 내 몸은 그의 아내라기보다는 오히려 잘 길들여진 한 마리 암컷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유달리 여름을 타는 그는 벌써 욕실로 들어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하얀 물보라를 튀기며 샤워를 하고 있는 그의 싱그러운 몸은 왜 그리도 날 설레게 하던지, 이상하게도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인정한 그 순간부터 난 더 이상 그에게서 다섯 살 연하의 때론 동생 같기도 했던 그 풋풋한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어느 날부턴가 그의 몸은 너무도 남자다워 보이기 시작했고, 짙은 음모의 숲을 헤치고 이미 한없이 커질 대로 커진 그의 검붉은 욕정이 새하얀 비누 거품을 머금고 우뚝 솟아있는 지금은 더더욱 그러했다. 난 그가 욕실로 날 부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동그란 엉덩이를 벌려 집을 나설 때부터 항문에 끼워놓았던 살구빛 딜도를 뽑는 것으로 그의 거친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 어떤 애무도 없이 좁은 항문의 잔주름 사이를 파고드는 그의 굵은 성기, 하지만 길들여진 난 이미 뜨거운 신음에 젖기 시작했다.





“요번엔 딸기 먹을까? 아냐, 너 말고 우리 딸. 하하. 그래 좀 있다 얼굴이나 보자.”





욕실에서의 항문섹스를 마치고도 두 번이나 더 자위를 해주어야 했다. 그리고 나서야 난 비로서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다운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 그가 내 입에 하나씩 넣어주는 상큼한 과일들, 비록 알싸한 그의 정액이 짓뿌려진 과일들이었지만 난 그가 나와 내 아이를 위해 과일을 하나씩 먹여주는 그 자상함이 무엇보다 좋았다. 사랑받는다는 느낌은 그런 게 아닐까? 아직 막바지 입덧이 끝나지 않았던 탓에 그의 성기에 직접 입을 대고 정액을 삼킬 수는 없었지만 그의 정액을 먹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와 내가 모두 행복해 한다면 그게 곧 사랑이라 믿기에 정액이 얹어진 과일일망정 난 기꺼이 입을 벌릴 수 있었다. 그때 우리의 사랑을 멈추게 한 전화가 걸려왔다. 마침 근처에 왔던 길이라는 준성의 전화, 예기치 않은 만남이었지만 어째든 우리는 그렇게 또다시 만나게 됐다.





우리가 들어왔던 모텔 바로 옆의 아담한 커피숍, 먼저 준성이 그곳에 도착해있었다. 정말 예전처럼 편하게 준성을 마주 볼 수 있을까? 막상 준성을 마주하게 되니 불안한 마음에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맑게 인사를 건네며 마치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는 준성을 보고나서야 난 내 걱정이 한갓 기우였음을 알게 됐다. 오히려 순수한 의도로 그동안 날 아껴줬던 준성에게 잠시나마 거리감을 두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내 몸을 열어 준성을 받아 들였던 건 어쨌든 내 잘못이었고, 그 때문에 혹 나를 아무렇게나 대해도 되는 헤픈 여자로 생각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것 역시 내 자격지심 때문이었다. 이로써 준성에 대한 내 마음속 혼란스러웠던 감정의 찌꺼기들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러한 안도감이 날 다시 그들과 동화되었던 예전의 나로 되돌려놓았다.





“아냐 오빠는. 지금 임신해서 그런 거지 똥배 아니라니까. 만져 봐요. 거기 아기집 느껴지죠?”





집으로 돌아오는 한적한 빨간색 광역버스 안, 난 준성과 나란히 앉았다. 방금 전까지 그들의 둘도 없는 우정의 틈바구니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웃었던 난 어느새 예전의 애교 많은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고, 곁에 앉아있는 준성은 그동안 듣지 못했던 오빠라는 말에 그저 웃음을 지으며 모처럼 즐거워하고 있었다. 어렵기만 한 그와는 달리 마치 동성의 친구와 수다를 떨듯 아무런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준성, 그래서 난 누구보다 준성이 편했다. 짐짓 준성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오늘 그와의 사랑이 가득 담겨있는 휴대폰은 건네주고는, 한 장씩 사진이 넘어갈 때마다 내가 얼마나 그의 사랑을 받는 매력적인 아내인지 자랑할 수 있는 것도 내가 준성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였다. 하지만 친구는 닮는다고 했던가? 벌거벗은 채 아랫배를 감싸 안은 사진을 보며 날 놀려대는 준성, 그 둘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살며시 준성의 손을 끌어 내 배에 얹어 주었다. 아직 남편에게조차 허용한 적 없고 그가 아닌 다른 남자의 손이 내 아이가 자라고 있는 소중한 그곳을 어루만진 적은 더더욱 없었지만, 왠지 준성에게는 허락해도 좋을 듯싶었다. 준성의 가장 친구인 그의 아이, 준성에게는 조카뻘이 되고 어쩌면 삼촌이라 부르며 그 앞에서 재롱을 떨게 될지도 모르는 그 아이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아울러 내 몸에 그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려주고픈 마음에 난 기꺼이 준성의 손이 내 자궁을 만지게 했다. 입은 듯 만 듯 홑겹 여름 원피스위로 내 자궁을 찾아가는 준성의 손은 배꼽에서 음부 바로 위까지 아랫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나와 내 아이를 따스하게 감싸주었다. 아마 준성도 내 뜻을 이해했을 것이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가깝게 느끼고는 있지만 우리에겐 잊어야 할 기억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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