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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같은 산행 - 1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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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82회 작성일 20-01-1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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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움막 귀퉁이에 있던 커다란 물통에서 물을 따라 주전자를 채웠다. 라면을 끓였던 주전자였지만 설겆이 따윈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사내는 주전자를 다시 화로 속에 묻었다. 긴장이 오래 계속되었던 탓도 있지만 이제부터 또다시 벌어질 사내와의 싸움에 그녀는 속이 느글거렸다. "물 한잔 줄까." "됐어요." 사내가 입꼬리를 이상하게 말아올렸다. 딴에는 미소를 지은 듯 했지만 현재 그녀는 사내를 사람이 아닌 괴물과 연관시켜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자, 문제 내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아저씨가 이겼으니까 아저씨부터 내세요." 사내가 느물느물 웃음소리를 냈다. 자신의 차례가 왔을 때 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한 달이라..정말 재미있을거야.안그래,이 년아." 사내가 그녀의 비위를 긁기 시작했다. "생각해봐,이 년아. 얼마나 좋을지. 우리 둘만 있는거야, 여기서 말야.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그 널럴한 시간들을 우리 둘이 다 쓰는거지. 널 하루종일 홀딱 벗겨놓고 비비적거릴 거야,응. 난 자지를 세워서 말야. 네 보지에도 넣었다가 입에도 담갔다가 네 똥구멍에도 끼워보고,여기저기 너한테 있는 구멍구멍마다 맞춰볼거야.. 환상적이지,응? 난 또 널 엎어놓고도 찔러보고 뉘여놓고도 찔러보고 내가 아는 모든 방법으로 쑤셔볼거야. 흥분되지 않냐? 내가 볼 때 네 보지는.." 그녀가 참다 못해 소리를 질렀다. "그만 해. 구역질이 날려고 그래. 이 나쁜 놈아." 사내가 낄낄거렸다. "아,난 또..네 년도 좋아할 줄 알았지." 사내가 한쪽 무릎을 세워서 앉았다.

"네 년이 내 자지를 빨아준다고 했으니까 이번엔 자지에 대한 문제를 내볼까.응? 무척추 동물 중에서 제일 큰 자지를 가진 놈이 뭘거 같애? 이 녀석의 자지는 최소 90센티미터 정도 돼. 웬만한 동물크기지. 꺼내기도 힘든 그 길쭉한 걸 세워서 암컷 팔에 있는 스펌컨테이닝 패킷, 그러니까 보지 말야,보지. 거기에 정확히 분사하지. 맞혀봐. 그 놈 이름이 뭘까?" 그녀가 비로소 사내의 전략을 확실히 깨달았다. 이 자는 오직 그녀의 비위를 건드리기 위해서만 이런 문제를 내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모를 확률이 가장 높은 분야, 평범한 여성이라면 드러내 놓고 관심을 표시하지 않을 분야들 중에서 성과 섹스에 부속한 치졸한 문제들만을 고의적으로 출제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적절한 전략이어서 완전한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모르겠어요. 그게 뭐죠?" 그녀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메소니코토이디스 해밀턴. 이름이 좀 어렵지?" 악마가 씌운 듯 좀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지식을 내보이며 사내가 대답했다. "오징어야,커다란 오징어. 대왕 오징어."



-산림보호관리원 해임 신고서-



신고인: 김달수

직위: 산림녹지과 행정 7급



해임자: 편두석

직위: 산림보호관리원

주민등록번호: (기재 생략)

주소: (기재 생략)



선임연월일

1992. 4. 1.

해임연월일

1993. 12. 21.



직무범위

임야 1500ha 에 대한 녹화와 산불 방지

직무종류

임업직 공무원에 준함

담당구역

강원도 태백시 (상세 주소 생략)

직접감독자성명

김달수

해임사유

1993.11.20. 상기 해임자에 대한 제보를 접수하여 조사차 산림감시인 임시주거지를 방문하자 제보내용 대로 토끼 5마리, 너구리 3마리, 고라니 2마리 등 총 10마리의 야생동물의 고기를 발견했고 그 밖에 올무 6점, 올가미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밧줄 1타래, 강철트랩 1점을 추가 발견 압수함. 이에 공무원법 12조, 지방자치단체령 13조 20항에의거 상기 해임자에 대한 해임을 통보하고 이와 같이 신고함.



연월일

1994년 1. 4.

신고인

김달수



산림녹지과 과장 오정만 귀하



그녀는 잠깐 무슨 문제를 내야할지 망설였다. 이젠 처음과 달리 어떤 문제를 내도 위험해 보였다. 정말 이 사내를 모르겠다. 그녀가 조용히 사내를 바라봤다. 그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내는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그녀의 몸을 훑어보고 있었다.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좌우로 흔들리는 정욕에 절은 사내의 눈동자가, 오비탈의 껍질에 갇혀 불연속적 에너지 준위의 한계에 머무르는 원자처럼 깜빡였다. 그녀는 자신이 인상깊게 읽었던 프리모 레비의 회고록을 출제하기로 했다. 분명 모를거야..그녀는 사내의 무지를 희망했다. "이번 문제는 책 제목을 맞히는 거예요. 이 감동적인 책은 프리모 레비라는 화학자가 쓴 회고록인데요, 그의 인생역정 하나하나를 한개의 원자와 관련지어 서술한 특이한 책이예요. 유태인으로 이탈리아에서 태어나서 파시스트 인종법이 선포되기 직전까지 존경받는 화학자로서 살았었는데 2차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죠." 나 역시 이 곳을 빠져나가면 레비처럼 인생이 바뀔까. 그녀는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럴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인격이 겪는 고난에는 상하가 없는 법이니까. "빨치산으로 전쟁에 참가했다가 나중엔 결국 아우슈비츠까지 끌려가는데요,이 회고록에 대한 문학적 상상은 그곳에서 시작됐다고 해요. 책 제목을 맞혀보세요." 사내가 얼굴을 지푸렸다."모르겠다.뭐냐?" 이런 문제에 약한가 보다..그녀가 약간 용기를 얻었다. "주기율표예요." "원소 주기율표?" "네. 멘델레프의 원소 주기율표에서 제목을 딴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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