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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월드컵의 추억 - 단편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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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54회 작성일 20-01-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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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여름,

월드컵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쯤 이였다.

어느날 새벽 잠을 자고 있는데,

4시쯤 해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순간 잠에서 깨서 조금 짜증이 났다.

이 시간에 어떤 미친놈이 전화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잠결에 일어나서 번호를 확인해보니,

이상한 번호가 섞여 있는게 국제 전화처럼 보였다.





-여보세요?-

-오빠!! 나야..잘 있지?-



낯이 많이 익은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혜미였다.

그녀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나와 에매한(?) 만남을 유지하고 있는 사이였다.





-혜미야..너는 지금 이 시간에..어딘데 번호가 이래?-

-오빠..나 지금 프랑스 파리야..헤헤 -





파리?

그녀의 말에

잠이 확 달아나며 정신이 바짝 들었다.

어쩐지 한 2-3 주동안 조용하다 싶었었다.





-언제..누구랑 간건데?-

-엊그제..친구 은희랑 왔어..그리고 은희가 아는 오빠들이랑..



오빠들?



어이가 없었다.

순간 욕이 나올뻔 했다.

아무리 나를 호구로 봤어도 그렇지,

같이 보낸 시간이 얼만데 말 한마디 없이 여행 간건 둘째치고,

당당하게 다른 남자들이랑 여행을 같이 왔다고 말하는 그녀를,

나는 도대체 이해 할수가 없었다.





-오빠 생각나서 전화했어.

말 못하고 와서 미안해..괜찮지?



하..고맙다.

천사의 탈을 쓴 마녀인건지,

아니면 원래 마녀가 가끔씩 천사인 척을 했던 건지,

걷잡을수가 없는 캐릭터인건 알고 있었지만

원래 이정도까지는 아니였었다.



얼마후,

용건을 대충 말한 그녀가

조급한 음성으로 말했다.



-오빠..나 이제 가봐야겠다..한국가서 보자..알았지?-



나는

늘 그랬던것처럼

그저 "알았어 잘 놀다와~"라는 말 외에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마지막 남아있던 내 자존심은

이미 바닥을 치고 사라진지 오래였다.





*****





동갑내기인 혜미와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공식적인 연인 관계가 되었다.



혜미를 처음으로..

아니 서로의 동정을 나누어 가진 날,

나는 가슴이 너무 벅차올라 어쩔줄을 몰라했었고

세상에서 그녀가 제일 예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얼마후 두번째로 그녀를 가졌을때는,

나는 "네가 나를 배신하지 않는 이상 내가 너를 배신하지 않을께"

라고 내 스스로와 그녀에게 맹세까지 했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건 나만의 바램이고..착각이였다.

연인이 되고 1년이 지난 어느날,

혜미는 조용한 커피숍으로 나를 불러내서는

그 천사같은 얼굴로 침착하게 말했었다.



-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데..우리 이제 조금 편하게 만나자 -



처음에 나는

그녀의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를 하지 못했었다

헤어지자는 말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들으면 아닌것 같기도 했다.



-너랑 나는 아직 어린데..서로 부담주면서 만나고 싶진 않아.

친구처럼도 지내고, 연인처럼도 지내고..그렇게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그녀가 말하는 포인트는 꽤나 광범위했다.

원래 또래 같지 않은 구석이 있긴 했었지만,

이 정도로 깨어있고(?) 독특한(?)지는 몰랐었다.



나는,

일단 알겠다고 했다.

대충 무슨말울 하는지는 알것 같았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났다.

나는 더 이상 그녀의 공식적인 연인은 아니였지만,

아직도 그녀 옆에서 그녀가 말했던

친구처럼, 연인 처럼, 가끔은 섹스파트너처럼 지내고 있는 중이였다.



솔직히,

지금도 그녀가 말한 편한 사이라는게 뭔지 잘 모르겠다.

놀다가도 언제든 그녀가 부르면 달려갔고,

가끔씩은 다른 여자를 만나볼까 하다가도

눈치를 챈 그녀가 다시 내게 잘해주면

그녀의 곁을 벗어나지 않고 머물러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나를 너무나 잘 컨트롤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떻게해도 그녀를 이겨 낼수가 없었다.

사실 내가 그녀만큼 쿨하지도 못한 탓도 있겠지만,

내게 있어서 그녀는 모든게 처음인 여자..

나의 첫사랑이였다.





*****





나는,

혜미와 통화를 마치고 나서도

세 시간 넘게 뜬 눈으로 있었다.

생각할수록 그녀가 괘씸하고 불쾌했다.



사실 내가 정말 열이 받았던건

그녀가 뻔뻔하게 나 몰래 여행을 가서가 아니였다.

그건 바로 얼마전에 있었던 일 때문이였다.





약 3개월전,

나는 군대를 가기전 마지막 여름 방학을 계획하면서

혜미에게 같이 배낭 여행을 가자고 제안 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No" 였다.



-나는 배낭 여행은 싫어..여행은 조금 편하게 다니고 싶어..-



나는 순간 조금 민망했지만

그녀의 태도와 대답이 너무 단호해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얘기를 접었었다.



그게,

불과 3개월 전이였다.

혜미랑 같이 다니고 있는 새끼들은

얼마나 그녀에게 편안한 여행을 제공해 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분도 더러웠고 자존심도 상했다.



씨발..



지금쯤 그 새끼들이랑 어울리며 놀고 있을

혜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이미 어떤 18놈이 그녀의 싱그러운 몸을 탐하고

있을지도 모를일이였다.



-휴-



한숨이 나왔다.

분을 삭히고자 다시 자리에도 누워보고

뒤척거려도 봤는데도 별로 소용이 없는것 같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창창한 나이인데 이런걸로 마음 상해하고 괴로워해봤자

나만 손해라는 생각을..



아직 연륜이(?) 부족해서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걸

헷갈려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어쩌면 나는 지난 6개월간 속이 썪으며 다져진 내성(?)으로 인해서

꽤 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혜미의 몸은 이미 수십번도 넘게 탐한게 나였다.

아쉬울것 없다고 스스로 달랬고 쉽게 생각하자 싶었다.

나도 혜미만큼 이기적이고 쿨(?)해지면 그만 이였다.

조만간 군대도 가야 하는데

어쩌면 이게 더 나을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새 이른 아침 시간이 찾아왔다.

무심결에 창문 밖을 보았는데

오늘도 날씨는 더럽게 좋을것 같았다.



아침 8시 정도가 되자

문득 과외 생각이 났다.

사실 요새 나는 방학을 맞아

이모의 요청도 있고 해서 고2인 사촌 동생과 그녀의 친구들 몇명을

하루 3시간씩 일주일에 4번 그룹 과외를 하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운이(?) 좋아서 좋은 학교를 간 편이였고,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거와 남을 가르치는거는 차이가 많아서

내 깜냥에 (?) 똘똘한 여고생들을 가르친다는게 조금 우습긴 했지만,

돈이 필요했고 탐이 났었다.



대학생이 되면서 제법 용돈을 잘 받긴 했는데,

혜미랑 어울리다보면 이상하게 돈이 부족할때가 많았다.

비싼 선물을 산다던가 그런것도 아니였고

혜미 역시도 나름 돈을 같이 쓰는 편이였는데,

원체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서 그랬던건지

돈이 많이 들었던것 같다.

근본적으로 나이랑 조금 어울리지 않는

데이트 코스나 방법도 조금 문제가 있긴 했었다.



아무튼

나는 처음으로 해보는 알바이기도 하고

나름 고액을 지급 받고 있었기에

꽤 열정을 가지고 애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날은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

과외에 집중을 할수 없을것 같았다.



결국,

얼마후 이모와 통화를 해서 양해를 구하고

애들 한명 한명에게도 문자를 보내서

과외를 취소 시켰다.



막상 그러고나니

모처럼 만에 오후에 주어질 자유 시간이 생각났다.

그래서 곧바로 친구 성철이에게 연락을 했다.





- 성철아 오늘 뭐해?-

- 오후에 영어 학원 가는거 빼곤 없는데..왜?-

- 그래 그럼 학원 마치고 저녁때쯤 보자..영훈이도 같이..-

- 무슨일 있냐?-

- 아니..그냥 같이 술이나 한잔 하자고..-

- 알았다..그럼 나중에 보자! -



잠시후,

성철이와 통화를 마치고

다시 잠을 자보려고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쉽게 잠이 들지 못했다.

아직까지 내 머릿속에는

혜미와 그녀와 같이 있을 놈들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한참을 더 뒤척거렸던것 같다.

그러다가 얼마후 겨우 머릿속을 진정 시켰고

어렵게 어렵게 해서

나는 단잠에 들수 있었던것 같다.





*****





그날 저녁,



성철이와 영훈이를 만나 어느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TV에서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여 줬다.

괜히 혜미 생각이 나서 짜증이 났다.



나는 일부로 TV 시청을 하지 않고 밥만 먹었다.

애들한테는 쪽팔려서 얘기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머릿속에서 나이트 생각이 떠올랐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 우리 오늘 나이트 가자..내가 쏠께..나 요새 과외해서 지갑 사정 좋아-



작년 처음으로 가봤던 나이트,

딱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한 경험은 아니였지만,

왠지 오늘은 다시 가면 재밌는 일이 있을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내 마음이..바램이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하루 종일 내 머릿속을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있는 혜미와

그 18놈들의 존재를 잊어 버릴만큼

아주 괜찮은 여자라도 한명 봤으면 싶었던것 같다.



솔직히

혜미한테는 더 이상은 하찮은 존재일지도 모르겠지만,

요새 나는 주변에서 많이 멋있어 졌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물론 그것도 혜미를 만나면서부터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내 나름대로의 노력과

그런 나를 잘 이끌어준 그녀의 좋은 코치(?) 덕분이기는 하지만,



어째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건 사실이였다.

고등학교 졸업할때 180이 넘는 키에 90KG 가까이 나갔던 체구는

15KG 가까이 살이 빠지고 조금 더 키가 자라면서 꽤 괜찮은 체형으로 바뀌었고,

나름 모범생(?)적이였던 예전까지의 이미지는 거의 사라졌다.

잘 모르는 사람이 봤을때는 외모를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이트 같은곳을 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보면

나에 대한 평가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음주가무가 약하고 끼(?)가 많이 부족하긴 했지만

지금 같아서는 기죽지 않고 왠지 잘 놀수 있을것도 같았다.





성철이와 영훈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갑작스럽게 나이트를 가자는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사실 한창 유흥 문화에 빠지고 싶을 나이에,

지가 쏘겠다고까지 하는데

거부할 이유가 그들에게는 전혀 없었다.





결국 그렇게 해서,

그날밤 나는,

모처럼 만에 친구들과 함께 나이트 클럽을 가게 되었다.







J 나이트 클럽.



우리가 클럽에 입장했을 무렵은

거의 11시가 가까운 시각이였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몰라도

클럽 안에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넘쳐났고

그 요란한 음악 소리와 열기만으로도 괜히 마음이 설레는것 같았다.

확실히 저번에 처음 왔을때와는 다른 느낌이였다.



우리는,

성철이가 아는 형이 소개시켜준 단골 웨이터를 찾은뒤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곧바로 술과 안주가 나오자

한잔씩 돌리고 건배를 했다.





잠시후,

웨이터형이 벌써부터 여자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대충 보니 나이가 우리보다 위일것 같았지만

굳이 내색은 하질 않았다.



-어휴..진짜 이쁘시네요..어서 앉으세요..-



그나마 우리들 중에는

나이트 베테랑(?)이였던 영훈이가 그녀들을 먼저 반겼다.

나는 내 옆자리에 앉는 그녀들 중 한명에게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네..안녕하세요-

-두분이 서로 친구세요?-

-네..-



그녀는,

키가 크고 얼굴이 조금 말상인듯한 느낌이였는데,

몸매는 나뻐 보이지 않았지만

솔직히 외모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잠시후,

그녀는 내가 건낸 술잔을 한번에 들이킨뒤

곧바로 나를 향해 물었다.



-몇살이세요?-



나는,

그녀의 물음에 순간 사실대로 나이를 말할까 하다가

처음 그녀를 봤을때의 인상과 느낌 때문이였는지

바로 말하지 않고 잠시 주저했다.



-그쪽은 몇살인데요?..왠지 제가 오빠일것 같은데..-

-치..아닐것 같은데요?..-

-에이..몇살이신데요?-

-저는 25살이요..그쪽은 몇살이예요? 제가 누나 맞죠? -



역시 내 느낌이 맞았었다.

나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를 피해

옆에 있던 영훈이를 부르며 딴청을 피웠다.



-영훈아..이쪽분이 25살이래..진짜 어려보이지 않냐?-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가

내 말에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웃는 모습 역시도

그렇게 이뻐 보이진 않았다.





결국,

그녀와의 만남은 그걸로 끝이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니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녀들에게 급격하게 말을 아끼기 시작했고,

낌새를 느낀 그녀와 그녀의 친구는,

얼마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졌다.



그날 첫 부킹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후,

두번째 부킹이 시작 되었다.



-------------



다음에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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